板齒生毛

by 김준식

板齒生毛*(판치생모)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음.


起發得定慧 (기발득정혜) 깨달음으로 솟아올라,

廻向於如如 (회향어여여) 본래 그대로 되돌리는구나.

眞空而妙有*(진공이묘유) 텅 빈 듯 가득 차 있으니,

無量無生緣 (무량무생연) 인연 없으니 진리 로다.


2023년 7월 3일. 7월 2일 장인어른 미수米壽를 맞이하여 멀리 처가에 다녀왔다. 처가 주위에 핀 연꽃을 보며 窮究하여 하루 뒤에 옮겨 놓는다.


해마다 연꽃을 찬탄하며 글을 지어 보지만 늘 부족하다.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으신 부처께서도 말하지 않으셨으니 연꽃의 지극한 경지에 다가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함이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잡설로 연꽃의 경지를 이야기하니 묘사가 아니라 단지 기록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 판치생모: 조주趙州 종심 선사(778~897)의 유명한 화두의 하나로서 달마대사의 별명이 ‘판치노한板齒老漢’이고, 판치는 판때기 모양의 앞니를 말하는데, 달마대사는 본래 앞니가 없었다고 하며, 120살까지 장수한 조주선사도 살아가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치아 부실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제자 중 한 명이 조주선사께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으로 온 뜻입니까?” 이 말은 달마조사가 인도에서 가지고 온 불법의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뜻이다.


이에 조주선사가 답한 것이 “판치생모板齒生毛”다. 있지도 않은 달마의 앞니에서 털이 나오다니, 그 도리가 무엇인지? 바로 그 의문을 깨치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알 수 있다는 말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진리란 언어도단,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음을 뜻한다.


* 진공묘유: 허공은 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허공이 없는 것이 아니다. 텅 비어 있으나 가득 차 있는 것, 그것이 ‘진공묘유’다.


진공묘유는 있음(有)에서 없음(無)을 보고, 없음(無)에서 있음(有)을 보는 것이며, 이것은 마치 ‘장작에서 재를 보고, 재에서 장작을 보는 것’과 같다. 즉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는 따로 없다. 모든 존재는 인연 따라 오고 또 간다. 고정된 실체는 없지만 현상으로서는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진공묘유’의 경지다. 진공은 ‘참다운 공’을 말하며, 묘유는 ‘묘하게 존재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