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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12. 2023

토요일 아침, 매미 이야기

토요일 아침


매미소리가 길게 울린다. 파형을 그리듯 오르락내리락하고 다시 가까워지다가 멀어진다. 내 귀에는 소리가 반복되고 순환되는 느낌이다. 소리를 내는 매미는 수컷이다. 학자들은 번식을 위한 것이라 추정하지만 진실은 확인할 수 없다. 


매미는 길게는 13년에서 짧게는 2년 정도 유충(굼벵이)으로 땅 속에서 지낸다. 약 6000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한 그들이 그렇게 긴 세월을 지하에서 보내다가 겨우 한 달 남짓 지상에서 보내는 이유를 우리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곤충학을 공부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주제넘은 것이나, 이렇게 보니 우리가 매미에 대하여 아는 것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하기야 우리가 잘 아는 것은 무엇인가? 


「장자」에는 매미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소요유’부터 ‘제물론’, ‘달생’, ‘산목’, ‘경상초’, ‘우언’에 이르기까지 「장자」 전편에 자주 등장하는데 때로는 비유의 대상(제물론)에서 때로는 매우 어리석지만 매미가 직접 의견을 표시하기도(소요유)한다. 그런가 하면 ‘달생’에서 매미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높은 나무에 붙어있고 심지어 날개가 달린 매미를 쉽게 잡는 ‘곱사등이’ 이야기가 나온다. 그저 잡기 까다로운 대상물로 매미를 등장시킨다.


하지만 압권은 ‘조릉’의 매미가 시원한 그늘에서 자신을 잠시 잊고 쉬는 동안 자신을 노리는 사마귀를 모른다는 이야기다.(산목) 사마귀는 다시 까치가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주’가 깜짝 놀란다는 이야기인데……매미를 ‘장주’ 자신에게 투영시켜 ‘장주’ 자신 또한 그런 처지에 있음을 말한다. 


‘경상초’에서도 매미는 매우 어리석은 존재로 비유된다. 대붕, 즉 큰 새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명목과 실질의 분리가 생겨나면서 자기 기준에 따라 쓰임이 있는 것을 지혜롭다 여기고, 쓰이지 못하는 것을 어리석다 여긴다. 또 세상을 잘 아는 것을 명예로 여기고 잘 모르는 것을 부끄러움으로 여기니(모두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여) 옳고 그름을 혼돈하는 것이 지금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치 큰 새(대붕)를 비웃는 ‘매미’나 ‘작은 새’들과 같다. “


매미 소리가 커질수록 온도가 더 오른다. 불볕이다. 오늘 일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핑계를 대고 가지 않기를 잘했다. 오늘 서울에 집회하시는 여러 선생님들 건강이 염려된다. 무사히 잘 마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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