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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21. 2023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생각한 것들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생각한 것들

(엄격하게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아니다.) 


1. 프로메테우스, 맨해튼 프로젝트


제우스 몰래 꺼지지 않는 불을 회양목에 감춰 인류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는 이 일로 제우스에게 벌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우스의 아들이었던 헤라클레스가 구해준다. 원자탄은 인류가 발견한 새로운 불로써, 그 불을 인류에게 제공한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중, 미국 일본이 싸운 태평양 전쟁의 종결을 위해 미군이 구상했던 대규모 일본 열도 공격 작전이 있었다. 이름 하여 ‘올림픽 작전’이 그것이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파스텔 작전’과 ‘코로넷 작전’이 구상되었으나 미국은 두 작전을 폐기하고(상륙작전은 미군의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되어)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대량 살상의 핵무기를 개발 사용하는 것이엇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가 이끄는 핵물리학자들이 1943년 초부터 뉴 멕시코 주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 폭탄 제조를 시작한 2년 뒤인 1945년 7월 16일, 미국은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다. 그리고 한 달 뒤 즉,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루만의 명령에 따라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경 일본 혼슈(본도) 남서쪽 인구 20만의 히로시마에 이 폭탄을 투하한다. 7~8만 명이 폭탄투하 즉시 그리고 3일 내에 목숨을 잃었다. 3일 뒤 규슈의 나가사키에 또 다른 폭탄을 투하했다. 두 발의 폭발로 어림잡아 20만 명이 한 달 이내에 사망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폭발의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다. 


2. 메카시즘


1946년에 위스콘신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1909-1957)는 1950년 공화당 당원대회에서 "미국에선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나는 297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갖고 있다."라고 주장하여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이른바 매카시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갈수록 공산주의자 명단의 숫자가 늘어났지만 결정적으로 메카시는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 공산주의자와 무관한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는데, 가장 의심받은 사람들은 공무원, 연예인, 교육자, 과학자, 노동조합 활동가들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전체 상영시간의 약 3분의 1을 당시의 매카시즘 광풍에 휘청이는 오펜하이머를 조명한다. 



3. 천재의 삶


오펜하이머는 독일어, 희랍어, 이태리어(라틴어 포함), 산스크리트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영화에서도 독일어로 강의하는 장면과 산스크리트어를 읽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외에도 시를 좋아했고 철학 서적을 탐독했으며 미술에도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천재에게 자주 발견되는 취약한 인간관계의 약점이 그를 오래 괴롭혔다. 그 취약점이 영화 후반부의 중요한 플롯이 된다. 스토르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음모에 의한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과학자들의 거짓 증언과 배신의 기초에는 오펜하이머의 천재성에서 기인하는 관계의 취약성이 깔려 있다.  



4. 영화


불안한 음악은 루드비히 고란손의 주특기다. 놀런 감독의 전 영화였던 테넷에서도 고란손이 음악을 담당했는데 불협화음을 이용한 불안한 음악이 대부분이었다. 역시 이 영화에서도 처음부터 관객을 대단히 불안하게 만든다.


다큐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극 영화도 아닌 아주 애매한 지점에 이 영화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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