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Aug 31. 2023

2015년, 그리고 2023년

아래 글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논쟁 당시 썼던 글이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이런 상황이 어쩌면 다시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야비해지고 더 강력해진 극우들의 이념 논쟁이 이 땅을 휘 젖고 있다. 물론 단순하고 얄팍한 정치적 계산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정권을 잡은 이 참에 아예 본질적으로 우리 역사를 저들의 생각으로 재편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국정교과서(2015년 10월 14일 밤)


아무래도 국사 교과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로서 국사를 가르친 지가 약 15년 정도 된다. 내용이야 대동소이하지만 관점의 차이는 각 교과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합리적으로 역사를 보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국정을 하겠다 하니 저들의 속셈은 사실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양한 관점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권력자가 바라는 대로 따라오기를 바라는데 욕심대로 되지 않자 이제는 그 관점의 차이를 없애고자 시도하는 것이 바로 국정교과서 술책이다.


역사에 대한 정의나 역사적 관점, 사실의 이야기는 사실 매우 진부하다. 이미 다 알고 있고 또 여러 번 듣고 또 들었다. 그러니 이런 역사적 관점이나 사실의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양식 있는 국민이라면 충분히 비판능력이 생겼기 때문에 정부가 뭐라고 선전을 해도 사실 별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이념 대립의 문제로 끌고 가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난 세기, 이념의 비극을 몸으로 겪었고 지금 세기에 들어와서도(전 세계가 이념의 문제에 자유로워진) 여전히 모든 문제의 바닥에 이념의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음을 자주 본다. 


도대체 이 이념의 문제를 누가 이익의 도구로 삼는 것인가? 그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념 문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위에 군림하는 자들, 국민의 가장 아픈 곳에 기생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이다. 좌, 우의 대립이 이토록 오래 이 나라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그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어떤 점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엄밀하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문제는 아니다. 북한 자체나 김일성도 아니다. 그들은 북한이 성립될 당시 북한에 존재하던 친일세력과 지주들 중, 남쪽으로 내려와 저들의 생존을 유지하고 부를 지키기 위해 이승만과 손 잡은 친일졸개들과 남쪽에서 역시 친일의 개로 살다가 역사의 심판이 두려웠던 개 보다 못한 존재들이다. 또 그들이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미국이(저들의 필요에 의해) 문제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을 방패막이로 다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존재들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우파라고 하는 자들은 민주주의도 민족주의도 아닌 저들의 생존을 위해 어떤 이념이라도 취할 수 있는, 마치 먹이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늑대들이나 이리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이다. 만약 저들에게 생존의 도구로 공산주의나 북한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그 즉시 그 세력이 되고 말 가장 근본 없는 존재들이 현재 우리나라 우파들의 뿌리인 것이다. 


그러니 그 우파를 바로 보자고 하는 역사 교과서를 그들이 인정할 수 있겠는가? 좌파도 문제가 많다. 하지만 그 좌파를 바로 보아야만 또다시 잘못된 좌파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정직한 역사의 힘이다. 그들(이 땅의 우파라고 주장하는)은 알아야 한다. 지금의 이념 공세가 결국 저들에게 결코 안전 망이나 보호막이 아니라 저들의 심장에 화살로 돌아갈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저들이 바라는 대로 교과서가 탄생하고 그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학생들이 언젠가 그 모든 것이 조작된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 분노와 그 배신감은 과연 누구에게로 향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나 역시 국정 교과서 세대가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이런저런 판단 없이 우파적 시각(조선, 중앙, 동아일보 그리고 각종 종편)을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역사 교과서 논쟁은 어쩌면 좌파들의 소모적 논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워낙 저들의 선전전이 거세고 돈과 각종 연결 망을 통해 조직적으로 저들의 이념을 세뇌시키는 통에 저들의 논리가 마치 정당화되는 듯한 분위기로 보인다. 사실은 이 상황이 더 무섭다. 무지와 동시에 강화되는 세뇌가 합리성은 물론이고 비판의식도 사라지게 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이런 무지의 바탕 위에서 하이에나 같은 잔인하고 비겁한 권력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생각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