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0~406)가 쓴 두 편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의 대부분은 신화와 현실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비록 신화적인 내용이 개입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이야기 속에 있는 근본적인 구조는 바로 우리들의 일상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분노, 배신, 음모, 사랑, 가족, 죽음, 희생, 모욕, 갈등 등……
18세기 초 독일의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는 이 에우리피테스의 작품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Iphigénie en Tauride)’를 오페라로 만든다. 이 작품은 1779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었는데 이 작품에 이어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Iphigénie en Aulide)’도 작곡된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자식이 용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복수로 그 어머니를 살해한 자식이 자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천륜을 저버린 행위’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아가멤논 가문의 가족사가 그렇다. 트로이 전쟁에 패한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보다 더욱 끔찍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은 승리자인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다.
트로이를 함락시킨 뒤 ‘아가멤논’은 긴 여정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목숨을 노리는 도끼날이었다. 자신의 아내 ‘클리템네스트라’와 아내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살해된다. ‘클리템네스트라’는 단순히 새로운 연인이 생겨 남편을 제거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가멤논’에게 피맺힌 원한이 있는 두 사람(클리템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이 살인을 목적으로 의기투합했다고 할 수 있다.
강제결혼을 당하다시피 해 처음부터 남편에게 애정이 없었던 ‘클리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이 명예욕 때문에 많은 사람의 피를 부르는 전쟁을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혐오감이 더욱 커지던 중 남편이 아울리스 항구에서 전쟁을 위한 그리스 선단의 출항을 위해 큰딸 ‘이피게니아’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자 남편을 극도로 증오하게 된다.
‘이피게니아’의 남동생 ‘오레스테스’는 이 사실을 모른 체 아버지 아가멤논이 죽은 뒤 집을 떠나 타지에서 성장한다. 어른이 되어 집에 돌아온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갈망하는 둘째 누나 ‘엘렉트라’의 격려에 분발해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게 된다. 친어머니를 죽이는 죄를 범한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아가멤논’이 제물로 바친 그의 딸 ‘이피게니아’는 사실 죽지 않았는데 제물로서 죽음의 순간에 ‘아르테미스’ 여신이 구출하여 타우리스로 보낸다. 그곳에서 ‘이피게니아’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여사제가 된다. 그녀는 여신 ‘아르테미스’를 위해 타우리스에 도착하는 모든 이방인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임무를 받게 되는데 이 끔찍한 임무 탓에 ‘이피게니아’는 절망에 빠져 오페라 1막이 시작되는 순간 아리아 ''O toi qui prolongeas mes jours'(제게 생명을 주신이여, 저를 죽여주소서)를 부른다.
2막이 열리면, 친모를 죽인 죄책감에 사로잡혀 세상을 방황하다가 타우리스에 닿은 ‘오레스테스’가 죽지 못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그는 'Dieux qui me poursuivez'(나를 쫓는 신)라는 아리아로 처절한 고통을 표현한다.
그 후 이야기는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의 갈등과 반전이 이어지고 마침내 해피엔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