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Ästhetik

Christ in the Desert

by 김준식


Christ in the Wilderness 1872. 180 ×210cm.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Moscow, Russia.

황야에서 고뇌하는 예수


화면의 중간을 가르는 지평선, 일출인지 석양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 무엇인가 간구하는 듯한 힘 있게 모아 쥔 두 손, 퀭한 눈 야윈 얼굴과 어두워 보이는 표정, 푸른빛이 감도는 듯한 외투, 위험한 돌들이 나 뒹구는 바닥을 딛고 있는 맨발의 예수, 고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해진 옷자락.


19세기 말 러시아의 일군의 화가들은 민중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그림을 알리려는 운동을 펼친다. 이 운동의 시작점은 의외의 지점에서 출발한다. 출세가 보장된 왕립 아카데미의 화가들 중 일군의 화가들이 그들의 졸업작품전의 주제를 아카데미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14인의 화가들이 ‘Artel of Artists’를 결성하고 아카데미를 그만두면서 시작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 그림을 그린 Ivan Kramskoi(이반 크람스코이)였다. 가난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크람스코이는 러시아 전제정치의 폐해를 깨고 새로운 러시아를 건설하려는 혁명적 사고의 소유자였다. 그리하여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일군의 화가들이 만든 조직이 바로 ‘이동 전람파(Peredvizhniki – 페레디즈니키)’였다. '이동 전람파'는 말 그대로 혁명적 사상은 민중 속에서 싹튼다고 보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그림을 전시하였고, 자연스럽게 그림의 주제도 민중들의 삶과 모습을 그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일제 침략기에 있었던 브나로드 운동과 비슷한 성격의 민중계몽운동이었다.

The Appearance of Christ Before the People (1837–57) 540 ×750cm oil on canvas, Tretyakov Gallery

그의 이 그림에 절대적 영향을 준 사람은 19세기 초 러시아 화가 Alexander Andreyevich Ivanov였다. 이바노프가 그린 'The Appearance of Christ Before the People (1837–57)'은 러시아의 민중들과 러시아의 앞날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예수의 이미지로 차용한 걸작이다. 특히 이바노프의 인문주의적 전통이란 위대한 소설가 Nikolai Gogol(고골리)와의 교류를 통한 러시아 인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예술적으로는 나자레 파(Nazarene movement-미술의 본래 순수성을 회복하여 초기 르네상스의 소박한 정신세계로 돌아가려는 19세기 초 독일 낭만주의 미술사조)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하여 이바노프는 19세기 러시아 신고전주의의 중요한 인물이 된다. 이런 면에서 크람스코이는 이바노프의 인문주의적 예술의 계승자이고자 했다.


황야의 예수에서 크람스코이는 민중 속으로 들어간 자신들의 위치와 삶,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들을 황야에서 고난과 악마로부터의 시험을 이겨낸 예수님의 모습으로 투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후 이동 전람 파는 Ilya Repin(일리야 레핀), Ivan Shishkin(이반 쉬스킨), Vasily Surikov(바실리 수리코프) 등 걸출한 화가들이 같이하면서 러시아 혁명의 바탕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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