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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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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26. 2023

2024 천운 서문

서    문


다시 새로운 한시집의 시작을 앞두고 새로운 제목을 정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책 읽기를 마친 Carl Sagan의 ‘코스모스’가 생각났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출간된 이 책을 나는, 40대에 처음으로 읽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우매한 것은 마찬가지지만은 지금과 당시를 비교해 보면 그땐 더 어리석고 답답했던 시절이었다.


60이 넘어, 지난해 초부터 꼼꼼하게 읽은 ‘코스모스’는 제법 살갑게 다가왔다. 영문판과 비교하여 읽은 덕에 시간은 2년 가까이나 걸렸지만 번역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른 부분도 가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오랫동안 『장자』를 읽은 나는, 『장자』속에서 ‘코스모스’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을 떠올려본다. 


확실치는 않지만 『장자』 ‘天運’은 ‘장자’가 쓴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장자’ 이후의 학자들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이런 내용이 ‘코스모스’를 읽은 나에게 스쳤으니……


"天其運乎 地其處乎 日月 其爭於所乎 孰主張是 孰維綱是 孰居無事 推而行是(천기운호 지기처호 일월 기쟁어소호 숙주장시 숙유강시 숙거무사 추이행시)"


"하늘은 움직이는가? 땅은 멈추어 있는가? 해와 달은 자리를 다투는가? 혹 그 누군가 이 일을 주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천지 일월에 질서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스스로 無爲에 머물면서 천지일월을 밀어서 움직이는 것인가?"


오래전 중국의 ‘장자’ 후학들이 생각한 ‘천지운행’에 대한 궁금증을 이렇게 표현하였을 것이다. 


2024년은 내 교직 생활의 마지막 해다. 이제 이 교직 세계에서 운행을 정리해야 할 시기에 매우 적절한 한시집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천운天運’은 ‘천기운호天其運乎’를 줄인 말이다. “하늘은 움직이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그 물음에 1년 동안 내가 대답해야 한다. 


2023년 10월 25일 오전 11시 37분 진주고등학교 교무실


중범 김준식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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