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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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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28. 2023

天運 처음.

天運*


風來樹頂亂 (풍래수정란) 바람 불어 나무 끝 흔들리니,

星次白花落 (성차백화락) 별자리 흰 꽃이 떨어지네.

會得元物外 (회득원물외) 원래 사물 바깥에 있었으니,

馨香是汝丹 (형향시여단) 향기로움, 그대 마음이었구나. 


2023년 10월 27일 밤. 목요일(26일) 낮에 찍어 둔 풍경을 2024. ‘천운’의 첫 시로 마음먹었지만 시간과 능력이 되지 않아 멈추었다가 이 밤 불현듯 남송의 대 시인 소흥紹興(1131~1162)의 시, ‘초산풍월정焦山風月亭’를 용사하여 20자를 뭉쳤다.


은목서 꽃이 떨어진 사진을 보고, 같은 학교 근무하는 #이상현 선생께서 별자리 같다고 한 것도 용사하여 글을 완성하다. 


* 『장자』 ‘천운’에서 이르기를 “四時 迭起 萬物 循生 一盛一衰 文武倫經 一淸一濁 陰陽調和(사시 질기 만물 순생 일성일쇠 문무륜경 일청일탁 음양조화)”


“사계절이 교대로 일어나니 만물이 그에 따라 생겨나듯 때로 성대해지고 더러는 쇠퇴하는 가운데 문의 부드러운 음색과 무의 강직한 음색이 차례대로 정돈되며, 그 소리가 맑아졌다 탁해졌다 하는 가운데 음양이 조화된다.” 장자에서 아주 드물게 사시四時의 변화를 소리에 비유하여 표현한 부분이다. 핵심은 조화다. 


그런가 하면, 노자 『도덕경』 28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故大制不割(고대제불할)”이라 했다. 즉 “따라서 자연의 큰 마름질은 잘게 쪼개지 않는다” 사시四時의 변화는 서두르지도 교묘하지도 않지만 언제나 뚜렷이 우리에게 보여준다. 


금목서가 피고 이어서 은목서가 핀다. 조금 빨리 피는 금목서의 노란 향기는 강렬하여 사물을 휘감아 도는 느낌이라면 그 뒤에 피는 은목서의 흰 향기는 역시 출중하지만 그저 옆을 조용히 지키는 향기다. 천지운행은 내 옆에서 무리 없이 이루어지니 나 역시 그 운행 속에 있음이다. 2024. 천운의 첫 시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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