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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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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30. 2023

形神之間(형신지간)

形神之間(형신지간)


葉彩漸染秋 (엽채점염추) 잎 색, 가을로 물들어 가니,

物在自靈府 (물재자령부) 만물은 저절로 정신과 맞아지네.

秋霜降不寒 (추상강불한) 가을 서리 내려도 춥지 않은데,

悠然見時中*(유연견시중) 걱정스런 마음은 시절을 보네.


2023년 10월 30일, 새벽 얇은 무서리가 왔지만 춥지 않은 날. 어제 산길에서 점점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며 생각한 것을 오전에 옮겨 봄. 형신이란 形과 神, 생명의 두 방향이다. 중국 위진 시대 철학을 해석한 19세기 중국 철학자 ‘탕용동’은 형과 신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현학玄學(3세기에서 6세기에 성행한 중국철학의 한 학파로서 유교와 도교를 혼합하여 『역경』, 『도덕경』, 『장자』 등을 재 독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 세 책을 ‘삼현三玄’이라 부르며 숭상하여 ‘현학’이라 한다.)의 핵심이라고 했다.(탕용동 전집 제4 권, 화북인민출판사, 2000. 33쪽)


형과 신에 대한 언급은 『장자』 곳곳에 등장한다. ‘천하’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形體 保神 各有儀則 謂之性(형체 보신 각유의칙 위지성)” 즉 육체(形)가 정신(神)을 보유해서 각각 고유한 법칙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을 성性이라 한다.


또한 ‘재유’에는 “解心釋神 莫然無魂 萬物 云云 各復其根 各復其根而不知 渾渾沌沌 終身不離(해심석신 막연무혼 만물 운운 각복기근 각복기근이부지 혼혼돈돈 종신불리)”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놓아서 고요히 혼돈 없는 경지(神)에 이르게 되면, 만물이 성대하게 자라나고 각기 근본으로 돌아갈 것이니(形) 각각 근본으로 돌아가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게 된다. 마침내 혼돈의 도와 일체가 되어 종신토록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테면 형은 우리의 몸이요 실체이며 현실이다. 이에 대해 신은 우리의 정신이요 본질이며 이상이다. 이 두 방향 사이에 언제나 자연이라는 사태事態가 펼쳐진다. 점점 물들어가는 자연을 보며 두 개의 방향 사이에서 잠시 머물러 있었다. 


* 도연명의 시 견산見山에서 차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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