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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07. 2023

『코스모스』讀後記(5)

5.     신화와 과학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비슈누(Vishnu – 보존의 신), 시바(Shiva – 파괴의 신)와 함께 등장하는 브라흐마(Brahma – 창조의 신) 힌두교 3 대신(Trimurti, Sanskrit어 “세 가지 형태”)중 하나다. ‘세이건’에 의하면 브라흐마의 하루는 86억 4천만 년(1칼파)인데 신화에 의하면 브라흐마는 이 시간으로 100년을 산다고 전해진다. 이 시간을 계산해 보면 현재까지 알려진 우주의 시작점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해진다. 신화이기는 하지만 ‘세이건’은 이런 사실을 책에 기록한 것으로 보아 동양 문화에 대한 엄청난 경외감을 가지게 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사실 신화와 과학은 언제나 충돌하고 있다. 


핀란드의 민속학자 Lauri Honko는 그의 책 Sacred Narrative: Readings in the Theory of Myth. 1984 신성한 내러티브: 신화 이론에서 읽기.)에서 신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Myth, a story of the gods, a religious account of the beginning of the world, the creation, fundamental events, the exemplary deeds of the gods as a result of which the world, nature and culture were created together with all parts thereof and given their order, which still obtains. A myth expresses and confirms society's religious values and norms, it provides a pattern of behavior to be imitated, testifies to the efficacy of ritual with its practical ends and establishes the sanctity of cult.” [Sacred Narrative: Readings in the Theory of Myth. Lauri Honko,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4. 41–42쪽 49쪽.]


“신화, 신들의 이야기, 세계의 시작, 창조, 근본적인 사건, 그 결과의 세계, 자연 및 문화가 창조되고 질서가 부여된 신들의 모범적 행위에 대한 종교적 설명을(우리는) 여전히 (신화로부터) 얻게 된다. 신화는 사회의 종교적 가치와 규범을 표현하고 확인하며, 모방할 행동의 형태를 제공하고, 실제적인 목적을 가진 의식의 효능을 증언하며, 숭배의 신성함을 확립한다.”


이를테면 인간이 가진 스스로의 나약함과 공포에 대한 방어기제로서 인간 스스로 창조해 낸 일련의 과정인 신화는 문명화로부터 체계를 획득하고, 그 체계에 인간 스스로 종속되어 버리는 거대한 논리체계인 셈이다. 그에 비해서 과학은 아주 최근에 형성된 개념체계로 그 역사는 길지 않다.


과학이라는 단어는 14세기 중세 영어 ‘알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단어는 라틴어 ‘지식, 인식, 이해’를 의미하는 ‘scientia’와 앵글로 노르만 계통의 접미사 ‘-cience’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은 라틴어 기원에서 보듯이 ‘지식’ 또는 ‘연구’의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알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험을 통해 세운 체계가 과학인데 ‘세이건’의 말처럼 고대 그리스 이오니아의 실험을 기초로 한 지식의 검증과 확립이야말로 과학의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신화와 과학은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상을 이해하는 다른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실험적인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에라토스테네스, 레우키포스, 데모크리투스, 유클리드, 아폴로니우스, 아르키메데스, 아리스타르코스 등)의 실험에 의해 파괴된 신화가 있지만 변증적으로 신화가 가진 비과학적 체계가 존재함으로써 과학적 방법론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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