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24 천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Nov 22. 2023

천하에 천하를 숨기다.

匽天下於且天下(언천하어차천하)*천하에 천하를 숨기다.


正形後視整 (정형후시정) 몸을 단정히 하고 시선을 정돈하니,

淡空寞深深 (담공막심심) 담담한 하늘은 한 없이 깊고 깊다.

觀寂境逾妙 (관적경유묘) 고요한 경계를 넘어 신묘함을 보니, 

自明乃次憕*(자명내차징) 절로 밝아지더니 이내 가라앉는구나.


2023년 11월 22일 오후. 퇴근을 앞두고 우연히 하늘을 본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200년 전에 중국 당나라 시절 남전보원 선사는 이런 말을 했다. “산에 산을 숨기고 …… 천하에 천하를 숨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선사의 그 말이 문득 와닿는 오후다. 남전 보원 선사는 '남전참묘南泉斬猫'로 알려져 있으며 제자로는 너무나 유명한 조주종심趙州從諗 선사가 있다. 


* 석양의 물리적인 묘사함이 아니라 마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징憕은 아래로 내려앉는 침몰이 아니라 마음이 고요해진다(심지평정心之平靜)의 뜻이다. 전轉구에서 '고요하다'는 말을 사용하여 결結구에서는 '가라앉는다'로 표현하였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허공에 머물다 그림자도 없이 흩어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