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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08. 2023

손톱 달

그 자리에서 쓴 글

爪月(조월)


形影造仙境 (형영조선경) 모양과 빛이 신선의 경계를 만드니,

九疇洛書顯 (구주락서현) 완전한 세상으로 나타났구나.

三間三棟壘 (삼간삼동루) 멋진 세 칸 집이 세 채인데,

朔望何在見 (삭망하재견) 초 하루는 언제 다시 만날까?


2023년 11월 어느 날, 엄경근 그림을 보고 그 자리에서 짓다. 엄경근의 그림을 보고 뭔가를 쓴 일이 여러 번이다. 때로는 길게 산문으로 쓰고 때로는 이렇게 시를 지어 올리기도 했다. 이번 그림은 초승달 위에 세 칸짜리 집이 세 채나 떡 하니 있는 아주 맹랑한 그림이다.(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쓰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그 자리에서 지었는데 마지막 삭朔자에 책받침을 썼으니 아직은 공부가 멀었다. 


* 구주락서: 九疇(구주)는 전국시대 말기 이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홉 개의 정치 규범이라는 뜻이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의 기록에 따르면 구주는 은殷의 현자賢者인 기자箕子가 주周 무왕武王의 물음에 답한 것이다. 


구주는 오행五行‧오사五事‧팔정八政‧오기五紀‧황극皇極‧삼덕三德‧계의稽疑‧서징庶徵‧오 복육극五福六極의  아홉 가지를 말한다. 이는 상제上帝가 하夏의 우禹에게 계시啓示한 것이다. 


락서洛書는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의 “하수河水에서 도판이 나오고 락수洛水에서 글이 나왔는데 성인이 이것을 본받았다.”라고 할 때의 락서洛書이다. 


종합해 보면 구주락서는 완벽한 세계를 이루는 규범이므로 완전한 세상이라 풀이했다. 


* 루壘는 ‘끌밋하다’, 즉 ‘멋지다’라는 다른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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