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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06. 2023

帝網刹海 (제망찰해)

帝網刹海 (제망찰해)


昨夜神遊中 (작야신유중) 지난밤 꿈속,

深廣於羅致 (심광어나치) 그물 속을 헤맸네.

進相入相卽*(진상입상즉) 상입상즉으로 나아가려,

束繩因緣尋 (속승인연심) 인연 줄에 묶여 이어지니.


2023년 12월 6일 아침. 밤새 어지러운 꿈을 꾸었다. 이 무슨 60줄에 혼란인가? 하기야 인연에 묶인 몸과 마음이니 나로부터 비롯한 것들이 세상으로 확산되고, 세상에서 비롯한 것들이 나에게 집중될 것이다. 하여 이 아침 그 복잡한 인연의 세계를 돌아본다. 



* 제망찰해: ‘제망帝網’은 인드라망의 그물을 말하며, 중중무진한 연기법의 세계관을 말한다. 그리고 ‘찰해刹海’는 바다와 육지라는 뜻으로, 확장해석하면 법계法界를 뜻하는 말이 된다. ‘제망찰해’를 다르게 해석하면 ‘온 법계에 변함없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부처는 모든 법계에 상주한다는 의미로 ‘시방삼세 제망찰해’라고 표현을 쓰기도 한다.   



* 상입상즉(mutual penetration & mutual identity): 모든 현상의 본질과 작용은 서로 융합하여 걸림이 없다는 뜻. 즉,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인간과 자연’이 일체가 된 마음과 현상, 보는 주관도 없고 보이는 객관도 없는, 현상계의 모든 사물이 서로 차별하는 일이 없이 일체화되어, 상호 개입과 상호 연계되어 있다는 존재양식을 일컫는 화엄 사상의 대표적 언명이다. 이에 바탕한 일一과 다多의 상입상즉相入相卽의 법계관法界觀은 인드라망의 구조에 비유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상입相入은 나 자신으로 하여금 상대가 생겨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상즉相卽은 나를 상대방과 일치시키는 것으로서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空’으로 돌려 상대방과 일치시키고, 나로 하여금 상대방이 생겨나는 원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입相入이 이것과 저것이 서로 걸림 없이 융합하는 묘용妙用의 측면이라면, 상즉相卽은 자기를 폐廢해 다른 것과 같아지는 체體의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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