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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15. 2023

겨울비, 그리고......

1.     겨울비


겨울비가 세차게 온다. 분명 정상적인 날씨는 아니다. 겨울에는 나무도 나뭇잎이 없어 수분이 덜 필요하고 땅에 작물도 다 수확했으니 수분이 덜 필요해서 물이 토양에 쉽게 모여든다. 이렇게 모인 물은 토양의 표토를 씻어 가기도 하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홍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눈은 천천히 녹아 땅이 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반면 비는 그러하지 못하다. 


동양의 전통적 사상 속에 있는 계절은 반드시 순서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이르기를 “대인은 천지와 덕이 합치되고 일월과 밝음이 부합하며 사시와 차례가 부합하고 귀신과 길흉이 부합한다. 하늘보다 앞서 움직이면 하늘이 어기지 않고 하늘을 뒤따라 움직이면 하늘의 때를 받든다. 하늘조차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귀신이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사시의 차례(四時之序)에 대해 『장자』 ‘천운’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春夏 先 秋冬 後 四時之序(봄 여름이 먼저 오고 가을 겨울이 뒤에 오는 것이 사시의 차례이다.)


요즘 날씨를 보면(100년도 살지 못했지만) 인간인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진다. 혼란스러운 이유는 절대적인 자연의 질서가 조금씩 변하고 있거나 아니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것인데 너무나 미미한 인간인 나의 견해로는 정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증유의 기후 위기는 분명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인데……


2.     중학교 친구와 소통하다.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중학교 친구로부터 불현듯 연락이 왔다. 34년 동안 교직에 있다가 이제는 명예로운 퇴직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다. 어젯밤에는 아주 긴 통화를 했다. 주고받은 이야기는 대수롭지 않다. 다만 그의 여러 가지 회한悔恨에 수긍이 갔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동양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데 『장자』 ‘양왕’에 이런 말이 있다. 


夫希世而行 比周而友* 學以爲人 敎以爲己 仁義之慝 輿馬之飾을 경계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명성을 얻기를 바라면서 행동하고, 친구를 사귀어서, 남에게 칭찬 듣기 위해 학문을 하며, 남을 가르치면서 자기의 이익만을 좇으며, 인의仁義를 내걸고 나쁜 짓을 자행하며, 수레와 말로 자신을 꾸미는 짓”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다. 


그 친구와의 만남은 결단코 이런 것이 아니지만 문득, 지금의 세상과 '나'를 돌아본다.  


* 논어論語 ‘위정’에 따르면 比는 소인의 사귐이고 周는 군자의 사귐이다. 따라서 비주이우比周而友는 군자든 소인이든 가리지 않고 친구를 사귄다는 뜻이다.


표지 그림

Effect of Rain, Gustave Caillebotte  (1848–1894), 1oil on canvas , 1875. Eskenazi Museum of Art(Museum of Art at Indian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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