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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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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25. 2023

꾸밈없이

無扮 꾸밈없이


道言散成榮 (도언산성영) 도와 말은 이룸과 꾸밈으로 흩어지고,

遷想而妙失 (천상이묘실) 생각을 옮기니 절묘함이 사라지네.

遠望示玄門 (원망시현문) 멀리서 보아야 현묘함이 보이듯,

時欠在宥置*(시흠재유치) 때로 모자란 듯 그대로 두어야 한다네.


2023년 12월 25일. 모든 일을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을 때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성취와 장식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 세상은 모든면에서 정도를 넘어 지나치다. 

 

1.     성탄절


예수(Jesus) 탄생을 마음으로 축하드리며


[마태복음 1장]

18.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23.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18절의 무염시태(Immaculate Conception)는 325년 소집된 니케아 공의회 이후 형성된 중요한 신앙적 개념이었다. 성모 마리아의 신성함을 통한 종교적 신비주의를 끌어올리려는 하나의 방법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미개한 민족들(예를 들어 게르만, 골, 노르만)에게 기독교의 순수한 이념, 이를테면 평등, 사랑, 박애는 수긍되기 어려운 개념이었으므로 종교적 신비주의와 위엄, 절대자에 대한 외경을 심어주는 편이 훨씬 더 용이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바탕 위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무염시태라고 볼 수 있다. 


예수께서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에 나타나셨는지는 사실 종교적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분은 오셨고 그분은 이미 성경에 적혀있는 것처럼 미리부터 탄생이 예언되었던 Savior, Messiah(구세주)였다. 그분이 구세주인지 또는 아닌지도 사실 나의 논리로 분석될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스스로 창조하신 세상이 혼미해지자 하나님은 독생자를 보냈고 심지어 세상 모든 죄를 자신의 외아들에게 다 짊어지게 했다는 기독교의 교의대로라면 세상은 정말 하나님에게 감사하여야 하는데 이 어리석은 세상사람들은 하와의 무심한 어긋남과 카인의 무서운 욕망만이 가득하여 고마운 줄도 모르고 심지어 타락하고 있으니…


기독교에 대한 신앙이 없는 나는 다만 예수라는 위대한 존재가 태어나심을 축하할 뿐이다.


2.     12월


12월, 이 특별한 시공간의 느낌은, 먼 옛날 일 년을 12개월로 나누면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25일. 


알 수 없는 회한과 착잡함이 스멀스멀 나의 내부로부터 기어 나오면서 시작되는 연말의 몹쓸 느낌은, 1월이 오고 난 뒤에도 한 동안 찌꺼기처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스러지지 않는다. 


12월이 깊어지면 성탄절로, 새해 분위기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가끔은 국외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이겠는가?라고 자문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특히 2023년 올해는 그 느낌이 유별나다. 내 삶의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한 해를 보내며…… 


* 재유在宥: 『장자』 11편의 제목인 ‘재유在宥’는 이런 의미가 있다. 그대로 있게 하고(재在=방임放任) 그 본성을 이지러뜨리는 어떤 간섭도 가하지 않는 것(유宥=불구속不拘束), 즉 무위자연이다. 노자도덕경 57장의 내용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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