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24 천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Jan 05. 2024

感應

感應*


小溺復亘通 (소닉부긍통) 지쳐있다가 다시 뻗쳐오르듯, 

天地感和生 (천지감화생) 천지가 교감하면 생명이 조화롭네.

無思而無爲 (무사이무위) 생각이 없으면 움직임도 없나니,

只水流濕在 (지수류습재) 다만 물은 젖은 곳으로 흐르는데.


2023년 1월 5일 오후. 오늘 기온은 이른 봄처럼 느껴졌다. 하루 종일 산 길을 걸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날씨의 조화를 생각하다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겨울이라 낮은 온도를 기대하는 것은 오랜 관행 같은 것이다. 의례히 그래 왔으니 여전히 그래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자연이 가진 변화를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자연은 단지 그러할 뿐이다. 문득 이것이 ‘도道’의 본래 면목이 아닐까 하는 다소 건방진 생각에 피식 웃으며 20자를 뭉쳐본다. 


중국 송나라 말기에서 원나라 초기를 살다 간 도교학자인 이도순은 그의 책 中和集에서 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도는 본래 지극히 텅 빈 것이니, …… 이것은 다함이 없는 것에서 다하는 것이고, 시작이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텅 빔이 지극하면 신神으로 변화하고, 신이 변하면 기를 낳고 기가 모이면 형체가 있게 되니, …… 기가 변화하면 태어남이 없고, 태어남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이 …… “


애매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 주역의 ‘동기상구同氣相求’와 ‘동성상응同聲相應’의 경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역 건괘 효사 참조)   


* '감응'은 주역의 언어다. 하지만 『장자』에서도 ‘천도’편에 비슷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즉 ‘천도’의 첫 문장 “천도天道 운이무소적運而無所積: 하늘의 道는 끊임없어 停滯(쌓이는)하는 법이 없다.”에 그대로 나타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는 것이 이와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