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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19. 2024

26년 만에......

 26년 만에 


올해 47세인 제자가 졸업한 지 26년 만에 지난주 연락이 되었다.(지난주에 글을 쓴 적이 있다.) 199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그 사이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제, 저녁 약속을 하고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고등학교 2~3학년 담임이었던 당시 30대 중반의 나와, 10대 후반의 그들 이야기로 참 행복했다.


당시 우리 반은 57명이었고, 전문계 고교 기계과 아이들이라 조금은 거칠었다. 그 아이들 담임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에서 내가 자원을 해서 맡았는데 졸업할 때까지 담임을 하며 참 여러 가지 사연이 많았다.


어제 만난 졸업생 역시 문제가 있었는데, 주로 학교를 잘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본가가 지리산 밑이라 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다. 주로 늦잠을 자거나 아니면 다른 친구 집에서 자는 바람에 학교를 오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아침부터 자취방에 찾아가 그들을 직접 학교로 데려오는 열정을 보였다.(이 정도는 매우 준수한 학생이었다.)  


기억나는 장면은 이미 많이 사라졌지만 그들과 나는 지리산도 같이 올랐고, 무슨 이유인지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지만 자주 불같이 혼을 내며 1년 반을 함께 했다. 반년(3학년 2학기)은 현장 실습을 보냈는데 어제 졸업생은 그때 형님이 하던 포크레인 사업에 취업을 해서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제자의 입으로 들은 이야기 중에…… (그들이 기억하는) 수업 중에 내가 했다는 이야기와 당시의 나의 행동에 대한 기억은 꽤나 조작되어 있었다. 그들의 기억만 놓고 본다면 당시의 나는 참 훌륭한 교사였다. 하지만 단언컨대 나는 그 정도로 훌륭한 교사는 아니었고, 그 정도로 멋진 교사도 아니었다. 다만 제자의 입을 통해 들은 내 30대 후반은 너무 멋진 교사였다. 많이 부끄럽고 더불어 많이 반성했다. 


제자는 토목을 주로 하는 작은 업체를 경영하는데 여러 번 실패 끝에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여 마음이 놓였다. 학창 시절 잘 이끌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찌나 진땀이 나던지……


나이가 들어 만나는 제자들은 참 반갑지만 동시에 내 거울 같은 느낌이 들어 아주 가끔은 마주하지 않고 싶을 때도 있다. 물론 반가움이 더 커서 만나는 것을 주저해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나는 늘 지금의 나와 비교 대상이 된다. 


26년 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는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제자가 집까지 태워 준다는 것을 한사코 뿌리치고 천천히 26년을 곱씹으며 걸어서 집으로 왔다. 이제 60대 초반이 된 나는, 제자들 말처럼 과연 그런 선생이었을까를 생각하니 지나간 모든 순간이 참 부끄러워졌다. 


제자도 나도 사진을 남기는 것을 싫어했다. 다만 같이 먹은 음식 사진 중 한 장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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