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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01. 2024

현직을 떠나는 선배, 동료 교사들에게 올림.

현직을 떠나는 동료 선배 교사들에게 올림


선친께서 주민등록을 조금 늦게 등록한 탓에 아직 정년이 1년 남짓 남았는데 학교를 같이 다닌 나의 동료들은 하나 둘 현직에서 물러나고 있다. 교직이 아닌 동료들은 벌써 물러 났고, 교사들도 명예퇴직을 한 사람들은 이미 현직을 떠났다. 지금 교직을 떠나는 동료들은 만 62세를 넘긴 사람들인데 37~8년 이상을 교직에 헌신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떠나는 것은 법령에 따라 당연히 떠나는, 이른바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서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이런 상황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년제도 자체도 조금은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몇 해전 아직은 50대 중반이던 시절, 나는 퇴임하시는 선배 선생님들에게 이런 글을 써 드린 적이 있다. 아마도 지금 퇴직하시는 나의 선배, 동료 선생님들께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 글이라 여기에 적어 본다.


OOO 선생님께


미립자처럼 흩어지는 것 같아도 문득 돌아보면 단단한 경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세월 같습니다.  


먼저 OOO 선생님의 명예로운 정년퇴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마도 지금쯤 매일매일 아득한 지난 사십여 년의 순간들이 그 흔한 표현처럼 주마등같이 스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사건들과 수많은 아이들이 OOO 선생님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 때는 화인火印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무엇도 이제는 그저 희미한 웃음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휙 지나가버린 대수롭지 않은 일이 세월을 더 할수록 또렷 해져오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 많은 시간의 씨실과 날실이 촘촘히 짜여 세월이 되고, 오늘 드디어 그 세월의 한 장면을 넘기게 된 것 같습니다. 


퇴임이란 말보다는 전임轉任이 더 좋은 말 같은데 아무도 이 말을 쓰지 않습니다. 임무를 바꾸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계시던 곳에서 좀 더 넓고 자유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가지는 임무로 바뀌는 것이 아닌지요? 얕은 지식을 가진 제가 외람猥濫되이 하는 말입니다. 


며칠 전 교정을 둘러보시는 OOO 선생님의 모습이 아마도 오래 제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대충 이런 글이었다. 


정년을 맞이하신 분들 중에는 여전히 열정 가득하고 건강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법령에 의해 퇴직을 해야 한다. 우리가 물러나야만 또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는 구조 속에 있으니 그저 희망으로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아름다운 퇴직을 맞이하는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2024년 2월 1일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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