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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17. 2024

5. 18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5. 18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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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4월 러시아 볼셰비키의 리더 레닌은 2월 혁명의 반동을 맹 비난하며 저 유명한 4월 테제(April Theses)를 발표한다. 사실 2월 혁명의 결과는 참담했다. 케렌스키의 집권으로 로마노프 왕조는 슬그머니 다시 복귀하고 케렌스키 본인은 본인의 영달을 위해 혁명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었다. 결국 4월 테제로 다시 재 점화된 혁명은 11월 혁명으로 레닌이 집권하면서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른바 공산주의적 국가체계의 시작)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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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테제의 핵심을 오늘날 용어로 바꾸면 일종의 프레이밍(framing)이었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2006년에야 비로소 발표한 프레임 이론(Frame theory)(Daniel Kahneman의 행동 경제학에서의 프레임 이론은 1978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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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이란 현대인들이 정치ㆍ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을 뜻한다.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를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레닌은 이러한 용어 이전에 이미 이 사실을 이용하였는데 즉, 혁명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을 제시함으로써 그 어떤 비 혁명적인 논의를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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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내일은 5.18 광주 민중 항쟁 44주년이다. 그날의 진실은 이제 역사가 되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상징이 되었다. 그러함에도 아직도 불순한 의도의 프레이밍이 횡횡하고 있는 사실에 분노한다. 더불어 그렇게 많은 의제들과 다양한 알림을 위한 현수막들이 즐비한 가운데 정작 5. 18을 알리는 현수막 한 장이 없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꽁꽁 숨겨서 달아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이곳, 경남의 분위기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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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도 5.18을 기념하고 민주정신의 계승을 위한 공문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공직기강이니 뭐니 하면서 협박성 공문만 간혹 보인다.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한 일을 교육을 통해 전파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 다음 세대는 이 일을 기억이나 할 것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들이 유포하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후세에게 전해질까 두렵다. 개인적으로 노력해 보지만 그것은 참으로 미미하다. 국가가 나서서 그리고 교육부가 나서서 움직이지 않는 한 이런 민주적 가치들이 후세에 전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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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광주 민중 항쟁 44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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