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月(적월)
盈虛中將停 (영허중장정) 차고 이우는 중에 문득 멈추니,
月虧削微片 (월휴삭미편) 한쪽 끝이 깎여 이지러졌구나.
始卒而若環*(시졸이약환) 시작과 끝이 둥근 고리 같으니,
自適無傷偏 (자적무상편) 상처도 치우침도 없이 홀로 편안하다.
2024년 5월 24일 밤. 창 밖을 올려다보니 음력 4월 17일 달이 붉게 떠 있다. 달이 나를 위해 잠시 멈춘 듯 내 창 밖에 있다. 하지만 사실 달은 평균 시속 1022km의 맹렬한 속도로 지구를 돈다. 내 창에 멈춘 느낌은 나의 오만이거나 지나친 감상이다. 그 엄청난 달을 내 카메라에 담기 위해 나는 300mm의 망원렌즈와 650분 1초의 셔터 속도가 필요했다.
* 시졸始卒: 『장자』 ‘우언’에서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각기 모양이 다른 사물에서 사물로 전생轉生한다. 하여 사물의 시졸始卒이 둥근 고리와 같으니 그 순환의 도리를 아무도 알 수 없다. 도교와 불교는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는데 우언의 이 이야기는 불교 전래 이후에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연기요, 윤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