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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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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02. 2024

淡淡

淡淡


靜觀孟夏景 (정관맹하경)  초 여름 풍경을 조용히 보니,

寂然安且逸 (적연안차일)*고요하여 편안하고 한가롭다.

天久虛舟流 (천구허주류)*하늘은 오래되고 빈 배는 흐르나니,

吹風綠葉泆 (취풍녹엽일)  바람 한 줄기 녹색 잎 넘실거리네.


2024년 6월 2일 오후. 일요일 하루를 한가롭게 보내며 창 밖을 본다. 내가 관여하지 않는 세상은 참 고요하고 평안하며 한가롭다. 하지만 바람 한 줄기에도 마음이 실리는 순간 나무들이 넘실대는 경지를 본다. 


* 寂然安且逸(적연안차일): 백거이의 시 出府歸吾廬(출부귀오려) 중에서 차운함. 백거이白居易(772년 ~ 846년)는 당나라의 시인이다. 약 3800편의 시를 지은 다작 시인으로 유명함. 


* 天久: 도덕경 7장의 천장지구를 용사함. 천장지구天長地久는 천지가 영원하다는 뜻이다. 


* 허주虛舟: 『장자』 ‘산목’에서 초나라 사람 웅의료熊宜僚(시남자市南子)가 노나라 임금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가운데 세상의 형편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 산목에서 ‘장자’는 무위자연의 道를 체득하여 자신을 비우면 남을 해치지도 않고 남에게 해침을 당하지도 않는 이상적인 삶의 태도를 지닐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빈 배, 즉 허주虛舟의 비유는 바로 자신을 비우는 무욕의 태도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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