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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두고(4)

참담한 길이와 인물들

by 김준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4)


오늘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 벽보를 보았다. 15명의 후보가 병렬로 붙어있는 꼴이 참 가관이었다. 이것이 이 나라 민주주의의 현실이란 말인가? 후보의 면면을 다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라겠지만 정말 나오지 말아야 할 위인들도 몇몇 눈에 보여 기분이 참으로 불쾌했다. 헌법에 따른 대통령 피 선거권이 있다면 누구나 나올 수 있는 대통령 후보인데 나 혼자만 기분이 나쁜지는 몰라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저런 자가 이 나라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내 불쾌의 원인일 것이다.


지금의 이 선거가 있게 된 분위기를 조성한 거국적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별 이상한 핑계를 대거나 아예 작심하고 이념적인 공격을 일삼던 후보들이 이제는 “국민이 이긴다”는 둥 “서민 대통령” 운운하며 표를 구걸한다. 아무리 정치판이 진흙 밭이고 주인도 모르는 개들이 싸우는 곳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제발 그 “국민” “서민” 그리고 “보수” 이런 말은 삼가면 아주 좋겠다.


경남지사 출신 후보는 경남도교육감을 거명하며 전교조 교육감이라고 부르고 몇 년 동안 문제가 되었던 급식 논쟁에 대하여 아주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는 무례를 범했는데, 제법 공부해서 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변호사 노릇도 한 사람이 논리도 공리도 없는 아주 저급한 자기도취적인 망발만을 하고 있으니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매우 한심한 일이 분명하다. 어쩌면 이것이 이 나라 민주정치의 현실일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보수”라는 단어만 해도 그렇다. “맹자”에는 보수의 길이 잘 나와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실 나는 공, 맹을 참으로 싫어한다. 따라서 그들의 이야기가 반드시 옳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니 2300년 전 생각이지만 지금도 이 생각조차도 없이 "보수"라고 떠들어대는 인사들이 있어 하는 말이다. 제발 이념과 보수를 혼용하지 말고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맹자가 말한 보수의 길은 멀고 험하다. 만약 정말 이런 보수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매우 건강해질 것이다.


1.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야 말로 건강한 삶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덕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덕이란 무엇인가? 덕은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측은지심이라 부른다.


맹자 이루(離婁) 상편제 십이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릴 기회를 얻지 못한다.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는데 방법이 있으니, 친구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을 수 없다. 친구에게 믿음을 얻는데 방법이 있으니, 어버이를 섬겨 기쁘게 하지 못하면 친구에게 믿음을 얻지 못한다. 어버이를 기쁘게 하는데 방법이 있으니,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하지 않다면 어버이를 기쁘게 할 수 없다.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하게 하는데 방법이 있으니 선에 대해 밝게 알지 못하면 자신을 진실하게 할 수 없다.” 마지막 말이 가장 핵심인 듯하다.


2. 진정한 보수가 되려면 도를 넓혀야 한다. 도를 넓힌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인의예지로써 사람들이 사는 올바른 방식을 다져간다는 의미이다. 도를 넓히는 또 다른 의미는 내 마음과 세상의 규범을 합치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서로 통용되는데 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각자의 감정이라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사회에서 소통되고 인정되는 수준까지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3. 그다음으로 자신의 본성과 명을 다해야 한다. 맹자는 “자신의 본성을 현실화하는 일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이다. 자신을 편안하게 하고 당당하게 하는, 무엇에도 부끄럽지 않은 떳떳함이다.”라고 말했다.


명이란 인간이 자신의 도리를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 뒤에 남는 것이다. 주어진 명이 운명인지 사명인지 판단하는 일은 내 마음에 비추어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자신의 마음을 키우면서 덕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 성장해 가면서 쉬워지는 일이다. 덕은 운명과 사명의 구별을 포함해 인생을 현명하게 살도록 하는 힘인 것이다.


4. 다음으로 자기 신념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는 인륜을 지키는 것을 그 근본으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라고 지칭하는 부류들은 이 부분이 제일 약하다. 그들은 인륜을 저버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인륜이란 인과 의가 핵심이다. 또 인륜은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5. 마지막으로 부동심과 지언이다. 맹자는 ‘부동심’(不動心)의 방법으로 호연지기를 기를 것과 ‘남의 말 파악하기’(知言)가 필요하다고 했다.


맹자 공손추 상 제 2 에 이르기를 공손추가 물었다. “남의 말을 안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편파적인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무엇에 가려 있는지를 알며, 근거 없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무엇에 빠져 있는지를 알고, 사람을 망치려는 사특한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정도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고, 둘러대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처한 궁지를 안다. 이러한 나쁜 말들은 마음에서 일어나면 정치에 해를 끼치고 정치로 행해지면 나라 일을 해치게 된다. 성인이 다시 살아와도 내 말을 틀림없이 따르실 것이다.”(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유권자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그러니 함부로 “보수”를 들먹이지 말고, 논리가 없고 명분이 없으면 후보 사퇴가 최소한의 인의(仁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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