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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입다.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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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입다.


늘 은혜를 입고 산다. 가까이에서 또는 멀리서 나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분들이 많다. 언젠가 이야기 한 적 있지만 은혜를 받고 베푸는 것은 완전히 호혜적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입은 은혜에 기초하여 나는 또 다른 사람에게 나의 친절과 봉사를 베푼다. 거대한 순환이다.


서울교대에 계시는 김혜숙 교수님(페북명 HyeSook Kim)께서 은혜롭게도 책을 보내주셨다. 『아이들과 철학하는 삶』(매튜 립맨 자서전, 번역 김회용, 박상욱, 살림터, 2024)


번역하신 박상욱 선생님(페북명 Sang Wook Park)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분이다. 참 이래 저래 고마운 분들이다. 특별히 김혜숙 교수님께 거듭 감사 인사를 올린다. 어제 책이 도착했고 오늘 절반쯤 읽었다.


교수님과의 인연은 아마도 나의 철학 책 때문일 것이다. 2019~2023년 중학교 교장 시절 철학이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4년을 보낸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어수룩한 『중학교 철학』이라는 책을 벌써 세 권째(『중학교 철학』1, 2, 3, 교육과학사) 펴냈다. 부끄러움이야 늘 내 몫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내가 쓴 책이 정말 아이들을 철학하는 삶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큰 걱정과 부담을 지고 있다.


문득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떠 오른다.


“철학을 공부하여 얻는 효용이 그저 어떤 심오한 논리학의 문제 등에 관해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위험한 말들을 사용하는 여느 기자들보다 우리를 더 양심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비트겐슈타인’이 제자이자 친구인 ‘노먼 맬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렇다. 아이들의 삶에 철학의 빛이 스미도록 하는 것이 바로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일상생활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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