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빛은 곧 허상이다.

by 김준식


月影卽虛像 (월영즉허상) 달 빛은 곧 허상이다.


名者實之賓*(명자실지빈) 이름은 실질의 손님이니,

月影卽深空 (월영즉심공) 달 빛, 텅 비어 있구나.

稀痕遺天空 (희흔유천공) 천공에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無爲還眞空*(무위환진공) 별 일 없이 고요로 돌아오네.


2024년 9월 17일 오후 8시경. 올해 보름달을 촬영하다. 떨림 방지를 위해 셔터 속도를 4000분의 1초로 하고 조리개는 최대로 줄여 영원의 달 빛을 담았다. 사실 2024년 음력 8월의 만월은 19일 저녁에 뜬다. 아직 2일이나 더 남았다. 그러나 날이 날이니만큼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달은 지구 주위를 최대 시속 약 3600km의 속도로 돈다. 엄청난 속도다. 하여 달은 거대한 실체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달빛은 완전한 허상이다. 태양의 반사이기도 하거니와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인간의 역사 이래로 늘 달빛은 무위였으며 허상이자 동시에 관념이었다. 심지어 인간이 달에 갔다 왔음에도 달빛은 언제나 그러하다. 실체와 관념이 이렇게 오래 인연을 맺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달빛과 별빛이 유일한 예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추석만 해도 실체의 달보다 관념의 달에 무게중심이 있다.


* 名者實之賓: 『장자』’소요유’에서 요 임금이 허유에게 선위 하려 하자 허유가 이렇게 말한다. “명예는 실질의 손님이니~” 여기서는 명예를 이름으로 바꿈.


* 眞空: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는 따로 없다. 즉 모든 존재의 고정된 실체는 없지만 현상으로서는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완전한 공은 단순한 허무가 아니라, 만물이 이렇게 저렇게 존재하는 것 자체가 바로 공인 것이다. 하여 그 상황을 '진공'이라 하니, 진공은 곧 '적적寂寂'(=고요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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