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시집 제목을 至樂으로 정하다.
어제 오후 2024년 한시집 ‘天運’을 출력소로 보내고, 오늘 아침부터 2025년 한시집 제목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다시 곰곰이 생각을 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생각 몇 줄기가 산책이 끝날 때까지 분명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든 한시집 제목은 모두 『장자』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따라서 이번 한시집 제목도 분명히 『장자』에서 가져올 것이다.
약 20년 전 정말 우연하게 『장자』를 읽었다. 사실 나는 유교 경전을 더 오래 그리고 더 일찍 읽었다. 아주 어린 나이에 유교 경전을 읽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이가 제법 들어 읽은 『장자』는 매우 끌림이 강한 이야기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뒤 60이 넘은 지금까지 『장자』는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글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까지 써온 11권의 한시집 제목을 모두 『장자』에서 가져올 만큼 『장자』는 40대 이후 내 삶에 중요한 지침 중 하나가 되었다.
다가오는 2025년은 내 삶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바로 정년퇴직을 하는 해다. 학교라는 공간을 국민학교 입학한 이후 거의 55년 만에 완전히 벗어나는 해다. 그런 해에 적합한 한시집 제목을 정해야 하는 부담이 오히려 생각의 정리를 방해했다.
하여 정년을 맞이하는 나의 느낌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서서히 제목의 후보가 나타났다. 우언寓言과 산목山木, 그리고 지락至樂이 후보로 결정되었다. 퇴근 무렵에 드디어 至樂으로 결정했다. 정년 이후의 삶이 지극한 즐거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至樂을 선택하니 문득 처음부터 至樂이라는 제목을 향해 마음이 달려온 듯했다.
『장자』 ‘지락’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天下 有至樂 無有哉 천하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가 없는가?” 이 말에 기대어 2025년 보내려 한다. 그러면 『장자』에서 말하는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장자』 ‘至樂’의 핵심 내용은 이러하다. 만물의 본성(거대한 자연)에 따르는 텅 빈 무위無爲의 자세가 우리에게 至樂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無爲야말로 바로 至樂의 근본이자 至樂 그 자체임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지락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장자』전편을 통틀어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 이야기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무위이며, 무위야말로 진정하고 지극한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2025년을 그렇게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제목을 정하는 마음을 상세히 기록한다.
2024년 10월 23일 밤 중범 김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