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樂*
作造盡誠意 (작조진성의) 정성을 다해 짓고 만들었으나,
見卽少莝薄 (견즉소좌박) 드러난 것은 얇고 가볍네.
考對受爲向 (고대수위향) 받아 들 누군가를 생각하면,
此唯我至樂 (차유아지락) 그것은 오직 내 지극한 즐거움.
2024년 10월 25일. 2025년 새 한시집 『지락』의 첫 시를 쓰다. 오늘쯤 내 손에 들어 올 2024『천운』을 생각하니…… 정성을 바쳐 짓고 만들었으나 늘 결과물은 초라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내가 온 마음과 정성으로 만든 것을 받아 들고 즐거워할 누군가를 생각하니 그것이 나의 희미하지만 지극한 즐거움이다. 다만 즐거워할 것이라는 것조차 완전히 나의 착각일 수 있으니…… 결국 나는 감정적 원점으로 돌아온다.
나의 견해로…… 타인에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주면 대부분 기뻐한다. 하지만 음식만큼 열과 성을 다한 글을 지어서 주면 음식과는 달리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고 간혹 어색해지기도 한다. 글이 가지는 속성 때문일 것인데, 글 속에는 글쓴이의 생각이 담겨 있어서 글쓴이의 넓이와 깊이를 추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지극히 나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글쓴이와 자신을 곧잘 비교하게 되고 그 비교는 각종 감정을 양산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 나이가 들수록 나는 내 글을 주는 것이 슬슬 두려워진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는 그 정도의 어색한 분위기 정도는 충분히 감당했으나 요즘은 일부러 그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2024년 한시집은 딱 30권만 만들었다. 내 책을 받는 순간 고마움이나 기쁨은 고사하고 그저 어색함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기대와 현실은 늘 다른 법이다.
* 장자 18번째 이야기 至樂의 의미를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