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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31. 2024

키르케고르 (1)

중학교 철학 4권 “실존의 굴레” 그 첫 부분을 드디어 쓴다.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을 두고 키르케고르를 책의 모두冒頭에 두는 것은 그의 철학이 실존으로 가는 시작점과 가장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그의 삶이 실존의 양면성과 딜레마를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 (1)


1.     키르케고르의 삶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 덴마크의 신학자, 철학자, 시인, 사회 비평가이다. 그는 거의 기존의 모든 것에 대한 비평적 글을 썼는데 글의 방식은 은유, 역설, 그리고 우화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의 생각은 추상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것을, 인간과 삶의 일반적인 현상보다는 개별적 존재로서 개인이 가진 선택권과 그 선택에 따른 헌신을 강조하였다.


키르케고르는 코펜하겐의 부유한 가정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이었는데 첫 번째 부인 와병 중에 간호를 했던 하녀였다. 그의 아버지인 미하엘 페데르센 키르케고르(1756~1838)는 덴마크와 독일에 걸쳐져 있는 윌란 반도의 부유한 양모 상인이었다. 그는 매우 엄격하고 신앙심이 독실하다 못해 지나쳤는데 어린 키르케고르에게는 그 점이 일생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된다. 즉 그의 아버지가 마치 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처럼 신앙 때문에 (이삭처럼) 자신을 희생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다소 병적인 상황인식에 따라 평생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에 사로 잡혀 지냈다. 


키르케고르의 아버지는 겉모습은 건조한 듯했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활발한 상상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 증거로서 그는 철학에 관심이 있었고 지식인들을 종종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키르케고르는 이런 아버지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았다. 아버지의 집착에 가까운 신앙생활과 엄격한 교육 덕에 어린 키르케고르는 모든 부정한 것과 치기로부터 단절된 채 거의 애늙은이로 성장하게 된다. 


키르케고르의 형제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어린 나이에 죽게 되면서 그는 자신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죽음에 대한 불안은 커져 갔고 마침내 키르케고르와 그의 형만 남게 된다. 이때 그의 아버지가 죽게 되자 키르케고르는 다른 형제들처럼 자신이 아버지보다 먼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놀라게 된다. 그의 나이 25세되던 해였다. 


아버지가 죽기 전 21세의 키르케고르는 일생의 연인 레기네(Regine Olsen, 1822∼1904)를 만나게 된다. 여러 과정을 거쳐 레기네와 약혼을 하기로 한 키르케고르는 어느 날 갑자기 레기네에게 파혼을 통보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키르케고르의 기괴하지만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파혼한 이유로 키르케고르가 밝힌 이유는 “神께서 결혼을 반대했다”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진다.[1]



키르케고르는 그 후 덴마크를 떠나 독일로 가서 셸링(Friedrich Wilhelm Joseph von Schelling, 1775~1854)의 헤겔 철학 강의를 듣게 된다. 이 시기에 그의 역작 『두려움과 떨림』(덴마크어 Frygt og Bæven, 영어 Fear and Trembling, 1834)을 출간한다. 


2.     키르케고르의 가명들


Victor Eremita: 은둔자 빅토르, Constantin Constantinus: 변함없는 콘스탄틴, Johannes Climacus, Anti-Climacus: 사다리를 오르는 요하네스, Nicolaus Notabene: 잘 적는 니콜라우스, Hilarius Bookbinder: 재미있는 편집자, Johannes de silentio: 침묵의 요한


키르케고르는 자신의 본명으로 책을 내 적은 거의 없다. 위에 있는 다양한 가명을 써서 책을 발간했는데 이것은 당시 기준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것을 전달하는 간접전달방식으로서 키르케고르가 소크라테스에게 영감을 받아 소크라테스의 ‘반어법’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고안해 낸 키르케고르 특유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워낙 특이하여 책을 보는 독자들은 모두 단번에 키르케고르의 작품임을 알았다고 전해진다.


          

[1] The Journals of Kierkegaard, 1834-1854. Trans. and ed. Alexander Dru, London: Fontana Books,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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