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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날

5월 1일

by 김준식

메이데이(May-day)는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의 쟁취와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 1889년 7월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2인터내셔널의 창립대회에서 결정되었다.


내일이 바로 메이 데이, 즉 '노동자의 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 불린다. 근로자는 누구이며 노동자는 누구인가? 근로자란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즉 생활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일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동시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뉘앙스조차 가지고 있다.) 노동에 대한 경시가 있었던 조선시대 ‘머슴’의 현대어 정도라고 할까? 반면 노동자란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 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부연하자면 노동자는 노동력을 경제적 수단으로 삼으며 동시에 자본가와 동일하고 세상을 노동이라는 상품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세상의 중심이며 핵심이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왜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했을까? 여기에도 이승만의 야료와 박정희의 검은 그림자가 스며 있다.


1957년 이승만은 "메이 데이는 공산 괴뢰도당이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니 반공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경축할 수 있는 참된 명절이 제정되도록 하라"는 명령을 노총에 지시했고 이승만이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한 노총은 노총 결성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결정했다.


그 뒤 박정희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여왕벌을 먹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꿀 만 나르는 꿀벌처럼 일 잘하는 '근로자'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껍데기만 남아있던 노동절마저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해마다 근로자의 날에는 산업역군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열심히 일한 노동자를 '모범 근로자'로 뽑아 상을 주었다. 이제 더 이상 단결과 투쟁의 자랑스러운 노동자가 아니라, 정부와 자본의 축제에 들러리를 서는 불명예스러운 근로자가 된 것이다.


1994년부터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은 유지하면서 날짜는 5월 1일로 옮겼다. 우리는 아직도 근로자의 날이 공식 명칭이다.


교사인 나는 노동자이지만 내일 학교는 쉬지 않는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 노동자의 권리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또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학생의 학습권이 노동자의 권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가정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이 요구하면 노동자인 교사는 항상 노동자의 권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비논리적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학습권을 지켜주어야 할 책임도 노동자 이자 교사인 우리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유보하고 있다.


안치환의 노래 “나는 노래하는 노동자다”의 가사를 보며 우리가 왜 노동자이고 또 노동자여야 하는지를 되새겨보자.


나는 노래하는 노동자다 이 땅 위에 숨 쉬는 노동자

화려한 무대에 서 있어도 나는 땀 흘려 노래하는 노동자다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지 자신은 노동자 아니라고

회사원이나 근로자라지만 그댄 땀 흘려 일을 하는 노동자다

이 땅에 근로자-ㄴ 없다 그대의 존재를 찾아

노동과 자본의 땅엔 자본과 노동의 땅엔

노동자와 자본가만이 자본가와 노동자만이

나는 노동자다 나는 노동자다

이 땅 위에 당당히 서는 나는 노동자다 노동자


https://www.youtube.com/watch?v=6DkpKZrTZ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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