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Dec 10. 2024

배움

배움


1.     양자법언


중국 전한 말기에 현재의 성도 지역 출신의 양웅(揚雄으로도 쓰기도 하고 楊雄으로도 쓴다. 기원전 53 ~ 기원후 18)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말을 더듬어 박식함을 말로는 드러내지 못했지만 책을 읽고 사유하며 책을 쓰는 것으로 일생을 보냈다.


그가 쓴 책 중에 논어의 형식을 모방(이것은 후세 유가 학자들의 일방적 견해일 수 있다.) 한 것으로 여겨지는 『법언』을 저술하였는데 지금으로 치자면 일종의 행동 규범에 가까운 글들의 모음집이다. 통상 붙여서 『양자법언』이라 부른다. 양자법언은 전체 7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3편이 수신修身이다.


수신의 두 번째 글이 이러하다. 

“人之性也 善惡混 修其善則爲善人 修其惡則爲惡人 氣也者 所(통상 以를 추가한다.)適善惡之馬也歟 

(인지성야 선악혼 수기선칙위선인 수기악칙위악인 기야자 소적선악지마야여)”

사람의 본성은 善, 惡이 섞여 있어 선을 닦으면 선한 사람이 되고 악을 닦으면 악한 사람이 된다.(이때) 氣는 善이나 惡으로 갈 때 타는 말이다.


2.     배움


12.3 비상계엄 당시 출동했던 707 특임단의 단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지휘관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공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보았다. 현역 육군 대령까지 가기 위해서 그는 육사에 입학한 이후 천신만고 끝에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그는 그의 모든 경력과 살아온 삶이 부정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물론 상급자를 잘 못 만나 그렇게 된 경우라고 이야기하는 논리가 지배적일 수 있지만 나는 그의 말속에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는 계엄상황에서 군인의 역할과 준칙을 잘 몰랐다고 이야기했고, 계엄이 어떤 상황에서 내려지고 그 파급효과와 군 형법 상 반란죄와 일반 형법 상의 내란죄에 대한 지식이 없음을 자인했다.


물론 그는 군인이다. 군인은 전투능력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는 영관급 장교다. 이제 장성이 될 수 있는 위치와 신분에 있다. 그러니 그도 공부를 했어야 했다. 자신의 명령 하나가 자신의 부하 군인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군사적 지식은 물론 앞 서 이야기한 법적인 지식도 그 위치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법체계를 이해하고 범죄의 가능성을 파악했다면 아마도 그의 행동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 공부에 대한 당위는 비단 어제의 특임대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부담이다.

다시 앞서 말한 양자법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양자법언의 이 대목을 북송 시대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은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배우지 않으면(공부하지 않으면) 善이 날로 사라지고 惡이 날로 불어나며, 배우면(공부하면) 악이 날로 사라지고 선이 날로 불어난다. 그러므로 ‘聖人조차도 생각하지 않으면 狂人이 되고 광인이라도 능히 생각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하여 우리 모두는 늘 공부하고 또 공부하여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