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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23. 2024

탄핵 국면과 민주주의 교육

탄핵 국면과 민주주의 교육


탄핵 소추가 가결된 후 정치권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언제나 권력을 향하는 그들에게 의외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아직 대한민국 정치권의 민주주의 인식 수준은 장식裝飾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지나온 우리 현대사와 지금 정치권이 그대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상황도 있다. 탄핵 소추 가결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다. 그들의 인식과 현재 정치권의 민주주의 인식은 너무나 차이가 크다. 이유를 생각해 본다. 현재 정치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사회에서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 지금 정치권에 있는 권력 추구 세력들은 군부독재 시절에 초중고를 다녔고 대학을 다녔으니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는 대부분 반 민주적 정치권력에 의해 윤색되거나 왜곡된 민주주의였고, 그나마도 그들은 그런 민주주의를 다만 문서로 암기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 시절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투사들이 목숨으로 항거했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민주주의 교육을 외치다 학교 밖으로 쫓겨나고 더러는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성장한다는 비장한 말이 회자될 정도로 당시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다가가고자 했으나 결코 다가서기 어려운 이념이자 체제였다. 수많은 고난 끝에 이 나라에서 독재가 끝나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한 세월 속에서 현재의 탄핵 정국의 중심이 된 젊은 세대들이 태어났고, 그들의 성장과 함께 이 땅의 민주주의가 조금씩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 몇 번의 고비가 없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 민주적인 그리고 비 민주적인 상황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번 계엄 사태가 일어났고 동시에 탄핵이 추진되었으며 그 소추가 가결된 것이다. 이번 탄핵 소추 가결의 지대한 영향을 준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민주화된 정권에서 만든 민주적 교육과정으로 민주주의를 배운 세대들이다. 이 세대들에게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제도 그 자체였던 것이다. 독재 정권하에서 헌법 정신을 배운 이전 세대에게 국민주권의 의미는 각종 진학을 위한, 또는 출세를 위한 단순 지식이었다면 비교적 민주적 정치상황 속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 국민주권주의는 그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며 동시에 비교적 그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젊은 세대 그들이 배운 민주주의에 의하면 이번의 비상계엄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리고 있어서도 안 되는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사태였던 것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는 이러한 사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번 반헌법적이며 비민주적인 사태를 야기한 사람들은 대부분 군부 독재 권력 아래서 시험공부를 위한 암기 사항 정도의 민주주의였을 것이다. 반헌법적 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집권당의 모습 역시 그들이 얼마나 반 헌법과 비 민주에 깊이 빠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사회과 교사인 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는지를 분명하게 알았다. 동시에 민주주의는 교실에서 문자화되어 있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에 더하여 책으로 배운 민주적 삶과 방식을 학교 안에서, 그리고 세상 속에서 몸으로 익혀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되었다.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민주화된 시절에 태어나 교실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실천하면서 앞 선 세대가 온몸으로 지켜낸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삶의 방식으로 변화시킨 첫 세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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