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眼看他世上人(백안간타세상인)
生死由一本 (생사유일본) 삶과 죽음은 같은 뿌리라,
日面同月面*(일면동월면) 하루나 1800년이나 다르지 않네.
聞道而自覺*(문도이자각) 도를 듣고 저절로 깨달아,
伴順宜靈寧 (반순의영영) 순리에 따르면 영혼은 편안하리니.
2025년 1월 18일 새벽. 운동을 마치고 조용히 앉아 기괴한 세상을 본다. 세상일에 매몰되지 않으려 조금씩 조금씩 생각의 범위를 넓혀본다. 마침내…… 삶과 죽음, 도와 깨우침…… 이런 단어들로 귀결이 된다. 나의 한계이자 업보다. 하지만 충분하다.
* 백안간타세상인(白眼看他世上人): 소당 이재관은 자신의 그림 송하처사도의 畵題를 이렇게 표시했다. 여기서 백안이란 말은 유명한 중국의 죽림칠현 중 한 사람인 완적(210년 ~263년, 중국 삼국 시대 위나라 말의 시인이며, 자는 사종(嗣宗)이다.)의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완적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면 흰 눈을 흘기면서 무시하였다고 한다. 완적이 흰 눈을 뜨며 반갑지 않은 사람들을 맞이한 것처럼 소당은 그런 눈으로 순종, 헌종 연간의 세도정치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백안시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추스르는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나 역시 이 비루해 보이는 세상을 가끔 이렇게 본다.
* 日面佛 月面佛: 불명경(佛名經)의 이야기다. 월면이라는 이름의 부처는 수명이 일일일야(一日一夜)이고, 일면이라는 부처의 수명은 1,800세다. 석가모니 이후로 가장 위대한 도인이라 일컬어지는 8대 조사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가 병상에 눕자, 원주가 문안을 왔다. “스님 요즘 건강이 어떠하십니까?”라는 문안 인사에 대한 대답이 “일면불 월면불이야!”였다. 이 말은 병이 나아 1,800년을 살아도 좋고, 병이 악화돼 ‘밤새 안녕!’ 해도 좋다는 뜻이다. 삶과 죽음을 초탈한 경지다.
* 論語 里仁 제4 공자의 유명한 이야기 朝聞道夕死可矣(조문도석사가의)를 용사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