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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水波之紋(수파지문) 물결무늬

by 김준식

水波之紋(수파지문) 물결무늬


一鳨橫水面 (일력횡수면) 검둥오리 한 마리 수면을 가로지르니,

靜鑑裂無聲 (정감열무성) 고요한 거울 소리 없이 갈라지네.

相分乎陰形 (상분호음형)*눈으로 본 것은 그림자인가?

至顧中漸遠 (지고중점원) 생각 중에 조금씩 멀어져 가네.


2025년 1월 20일 오후. 동네 저수지 주변을 걷다 보니 오리 한 마리가 고요한 수면을 가르고 있다. 잠시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멀리 사라진다. 걸음을 재촉하여 사진을 찍고 하루가 지난 오늘 마침내 글을 완성하다.


* 상분相分: 유식불교에서는 모든 의식 작용을 4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4분은 각각 인식의 과정과 주체-객체 관계를 분석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4분은 다음과 같다.


1. 상분(相分, 외부 대상): 마음이 외부 세계를 인식할 때 나타나는 대상의 형상 또는 외부 세계로서 우리가 인식하는 ‘대상’이 실제로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이 만든 마음의 형상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눈에 보이는 사물, 귀로 들리는 소리 등이다.


2. 견분(見分, 인식 작용): 대상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주체적 작용. 견분은 의식의 작용으로, 상분(대상)을 인지하는 역할이다. 상분이 나타나는 형상이라면, 견분은 그 형상을 ‘바라보는 주체’다. 예를 들면 눈으로 사물을 본다는 행위 자체.


3. 자증분(自證分, 자기 증명): 견분(인식 주체)을 자기 스스로 증명하는 작용. 견분이 상분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의식의 층위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다’라는 자기 인식.


4. 증자증분(證自證分, 자기 증명의 증명): 자증분이 참된지 스스로 증명하는 작용. 가장 근원적인 의식 작용으로, 자기 존재와 의식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역할. 이는 의식의 궁극적인 확인 단계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참으로 진실하다’라고 확인하는 의식.

(해심밀경 3품 심의식상품心意識相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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