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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世態 세상의 모습

by 김준식

世態 세상의 모습


恐樹名不立 (공수명불립) 이름 세우지 못할까 두렵고,

內懊居天下 (내오거천하) 하늘 밑에 있음을 괴로워하네.

添年幹進衰 (첨년간진쇠) 해가 더해 몸은 늙어가니,

已日冥奈何 (이일명내하) 이미 날 저무는데 어찌할고?



2025년 1월 31일 아침. 2025년 1월을 돌아보니……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세상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입신양명은 단순히 사회적 출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인격 완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 입신양명이다. 어두운 새벽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침 결에 글을 지었다.



우리가 잘 아는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굴평(우리가 잘 아는 굴원의 ‘원’은 자에 해당)은 그가 지은 이소離騷에서 나이 들어가는데 이름을 세우지 못할까 두려워한다는 표현이 있다.(늙음이 점점 이르려하니 훌륭한 명성 세우지 못할까 두렵네 老冉冉其將至兮 恐修名之不立)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글을 보면서 굴평의 입신양명에 대해 부정적 생각이었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여기서 굴평의 ‘훌륭한 명성’이 도덕적 완성에 기초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전에 멱라강에 몸을 던진 비운의 시인이었던 그의 생각을 온전히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 놀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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