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29)
3) 현존재의 시간성(Zeitlichkeit)
드디어 현존재의 시간성에 이르렀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시간성은 현존재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존재의 시간성은 『존재와 시간』 전체에서 하이데거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중 하나이다. 현존재를 분석[1]하고 염려의 존재론적 분석, 그리고 그 내부적 요소인 ‘죽음으로의 선구’와 ‘양심’과 ‘양심의 결단성’[2]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과정은 ‘현존재의 시간성’이라는 구조를 위한 주춧돌과 기둥들이었다.
‘죽음으로의 선구’는 현존재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본래적 존재임을 분명하게 밝혔고, ‘양심’과 그 ‘결단성’은 현존재의 본래적 존재 가능성을 밝히는 핵심 증거였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여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시간성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한다. “현상적으로 본래적으로 시간성은 존재의 본질적 전체 존재, 즉 선구적인 결단성(vorlaufenden Entschlossenheit)으로 경험된다.”[3]
여기서 ‘선구적인 결단성’이란 이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먼저 ‘선구적’이라는 말은 죽음의 분석에서 현존재가 다가갈 수 없는 시점(죽음 이후)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종의 대체 수단으로 만들어 낸 개념이다. 이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현존재의 삶과 죽음까지를 한 덩어리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즉 현존재는 죽음이라는 관문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그 관문까지 최대 한 근접과정을 죽음에로의 선구라고 밝혔고 다시 시간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선구적인 과정을 개입시킨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결단(결의)성’인데 이 문제는 앞선 양심의 문제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4]
즉 시간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의 요소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 두 가지 개념으로부터 하이데거는 시간성의 의의를 추론해 내고 있다.
(1) 선구적 결단성
선구적 결단성은 ‘죽음에로의 선구’와 ‘본래적 존재 가능을 위한 결단’[5]이 통합된 형태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이 두 현상의 통합 혹은 결합은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내놓는다. “ 결단성은 그것의 가장 고유한 실존적인 존재경향 자체에서 그것의 본래적인 가능성으로서 앞질러 나아가려는 결단성을 지시하고 있는가?”[6]
결단성은 양심의 부름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현존재의 실존을 본래적인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단서였다. 거기에 죽음에로의 선구, 즉 본래적 존재 가능성을 앞질러 나아가려는 것이 놓이게 되는데 이때 과연 그 결단성(양심의 부름에 따른)이 현존재의 본래적 실존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즉 결단성의 입장에서 그 결단성이 한편으로 죽음을 향해 있는 것이라면 그 결단성은 본래적인 것이 된다. 그리고 죽음에로의 선구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 결단성은 반드시 죽음으로 향해 있어야 두 개의 단서가 통일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하이데거의 자문[7]이었다.
마침내 죽음에로의 선구는 현존재를 그 극단적 가능성인 죽음에 마주하게 함으로써 본래적 존재 가능성을 담보하게 하고 결단성은 현존재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것을 열어 밝히게 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결단성을 깊게 들여다 봄으로써 그것이 (죽음에로의) 선구에 이르는 것임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결론적으로 현존재는 ‘결단성’과 ‘선구’라는 두 가지의 중요한 요소에 의해 그 본래적 존재 가능성을 담보하려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현존재의 극단적인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선구의 전제이고, 그 바탕에 양심의 부름에 의한 결단성이 본래적 존재로서의 현존재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존재의 전체성을 담보하는 것이 선구이고 결단성은 그 결단성 속에 있는 현존재의 본래적 존재 가능성을 증거 한다. 따라서 선구적 결단성은 현존재의 본래적이고 전체적인 존재 가능을 실존적으로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8]
[1]제 1편 현존재에 대한 예비적 기초분석
[2]제2편 현존재의 시간성
[3] SZ 11판, 1967. 304쪽.
[4] (2) 양심의 결단성 참조
[5]양심의 ‘부름’에 의한 결단(의)
[6]SZ 11판, 1967. 302쪽
[7]같은 곳
[8]『존재와 시간 강의』 소광희 지음, 문예출판사, 2003. 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