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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玄花無言

by 김준식

玄花無言


時停密密中 (시정밀밀중) 촘촘하여 시간이 멈추니,

附滅分無憂 (부멸분무우) 더불어 나눔도 염려도 없네.

維伊微風迅 (유이미풍신) 다만 가는 바람이 휙,

間花瓣徨于 (간화판황우) 꽃 잎 사이에서 노니네.


2025년 6월 6일 현충일. 아직은 정확하지 않지만 새로운 대통령의 행보는 신선하다. 나야 寒微한 변방의 교사로 살지만 최소한 정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은 있다. 지금 방향이 옳은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전의 방향과는 달라지니 한결 숨쉬기가 편하다.



꽃은 그 자체로 우주다. 그 미세함 속에 수 백억 광년의 우주가 있다. 욕망 없는 번식은 언제나 아름다우니 그 결정판이 꽃이다.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꽃을 찍는다. 숨죽여 꽃을 보노라면 그 어떤 분별심도 사라진다. 다만 바람 한 줄기 그 꽃 속에서 오락 가락 할 뿐이다.



玄花無言은 본래 玄化無言이다. 즉 오묘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化를 花로 바꾸어 썼다. 현화무언의 의미는 노장 철학으로 연결된다.



노자老子 철학의 한 축은 無의 미학이다. 늘 없음에서 오묘한 도의 본체를 관조하려 한다. 한편 장자莊子에서는 진리를 ‘현명玄冥’(깊고 어두워 알 수 없음 - 대종사)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장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큰 기교는 졸렬하게 보인다” (장자, 거협)



또 천지天地에서 “오색이 눈을 어지럽혀 눈을 밝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했고, 재유在宥에서는 “눈 밝음을 즐기면 색채의 방탕 함에 빠지게 된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노장자莊子의 미학관은 오색초월五色超越에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그 오색에서 우주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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