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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逍遙安樂*(소요안락)

by 김준식

逍遙安樂*(소요안락)


晨霞未盡紅 (신하미진홍) 붉지 않은 새벽노을,

心中在數怲 (심중재수병) 마음속 근심 몇 개.

智慮發同根 (지려발동근) 걱정과 지혜는 같은 뿌리,

茫只行南冥*(망지행남명) 남명으로 갔으니 아득하다.


2025년 6월 13일 새벽노을을 보다. 희미하다. 내 마음속 근심 몇 개가 투영된다. 하지만 걱정은 지혜와 한 뿌리이니 지혜로운 자의 고통이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알 수 없다. 이 모든 일들의 조화와 진행을! 하여 붕새는 남쪽 바다로 날아갔을까?


* 남명南冥: 남쪽 바다. 『莊子』 첫머리 소요유逍遙遊의 ‘북명北冥’과 ‘남명南冥’은, 역시 『莊子』 응제왕應帝王의 ‘북해北海’‧‘남해南海’와 같이 존재의 무한無限 공간空間 끝과 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추정해 본다. 붕새가 북명으로부터 남명으로 날아가는 것은 존재의 무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비상이다. 이를테면 그 어떤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붕새 역시 존재의 일부이기 때문에 北에서 南으로 옮겨 가는 상황 속에 있고, 이것은 거대한 붕새조차도 존재의 공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안락은 소옹(邵雍, 1011~1077, 중국 송나라의 사상가)의 호다. 소옹은 중국 북송의 5대 현자 중의 한 명으로 소강절 또는 소요부邵堯夫라고도 한다. 안락선생安樂先生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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