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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Ästhetik

지식과 환상에 대한 가벼운 견해

호킹 박사의 언급에 대한 가벼운 견해

by 김준식

The greatest enemy of knowledge is not a ignorance, it is the illusion of knowledge.( Stephen William Hawking)에 대한 가벼운 반론


1. 용어의 정의


1-1 지식의 구조에 대한 소견


지식(knowledge)과 사실(Fact)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논의는 사실 거의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식은 사실에 기초하되 사실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지식은 구조화되고 체계화된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구조화와 체계화 각 단계에서 사실 외에 미세하지만 다른 부분이 추가될 수 있다. 이를테면 학문적 상상이나 그 상상에 의해 도출된 가설(물론 증명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에 의해 지식 구조가 가지는 미시적 흠결(欠缺)이 일부 채워지기도 한다. 이때 사용되는 학문적 상상이나 가설은 환상(illusion)과는 거리가 좀 있다.


1-2 환상(illusion)으로 번역하는 것이 합당 한지에 대한 의견


Illusion의 사전적 의미와 어원을 먼저 살펴보자. 사전적 의미는 ‘something that looks or seems different from what it is; something that is false or not real but that seems to be true’ 즉 ‘실제와 다르게 보이거나 다르게 보이는 것; 거짓이거나 실제는 아니지만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환상보다는 착각에 가깝지만 착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어원상으로 볼 때 처음 의미는 ‘조롱, 경멸, 비웃음’에서 출발하여 ‘기만행위; 기만적인 모습, 환영; 마음의 망상’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조롱, 농담, 비웃음’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Illusionem(주격 illusio)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보면 앞서 말한 것처럼 ‘환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여 호킹이 사용한 ‘illusion’은 착각에 가까운 기만적 모습으로 의역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2. 의도와 바탕


2-1 의도


호킹은 현대 물리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학자다. 호킹이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를 처음 발표한 1974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이었다. 점차적으로 증명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지속적 증명이 요구되는 이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킹은 자신의 이론을 위해 언제나 집중하였을 것이고 그 염려와 고민을 스스로 이렇게 규정하였을 것이다. 즉 ‘illusion of knowledge’야 말로 ‘greatest enemy of knowledge’라는 것을. 자신이 세운 지식의 가설 구조가 자칫 ‘illusion’으로 경도될 가능성에 대하여 스스로 빗장을 걸어 두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해 본다.


2-2 바탕


사실 물리학은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상호관계를 실체적으로 또는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수학적 공리를 통해 증명해 내는 것이어서 매우 엄밀하고 정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자칫 혼선을 빚거나 주제를 놓치는 순간 본래 의도와는 너무나 멀어져 다시는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주제는 그러한 부담에 대한 호킹의 경계일 것이다.


3. 나의 반론


진리와 지식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지식은 진리인가? 진리는 또 지식인가? 지식의 조건 중에 진리는 필요 충분한 조건이어야 한다. 하지만 진리는 또 다른 문제를 포섭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지식과 결별해야만 한다.


지식의 범위 안에는 ‘앎’과 그것의 ‘인식’이 일정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것 또한 지식이다. 이를테면 지식은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함이며 동시에 끊임없이 규정하려는 의도의 과정이다. 여기에 ‘착각’ 혹은 ‘환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인 것이다. 그것을 털어내고 마침내 날카롭게 유지되었을 때 우리는 그 상황을 지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호킹이 사용한 ‘greatest enemy’인 ‘illusion of knowledge’는 역설적으로 참다운 지식에 이르는 가장 좋은 안내자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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