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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지락

阿僧祇(아승기)

by 김준식

阿僧祇(아승기)*


阿秒倂無限*(아초병무한) 짧은 순간은 무한과 이어지고,

文造到無極*(문조도무극) 현상의 조화는 무극에 이르네.

無變而百冪*(무변이백멱) 백 번 거듭 곱하여도 변하지 않으니,

常光陰無隙 (상광음무극) 긴 세월 어떤 틈도 없구나.


2025년 6월 23일 아침. 문득 시간의 변화를 본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지극히 유한한 내가 오로지 생각뿐이지만 무한과 극한을 상상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또한 오류이겠지만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 무한히 짧은 시간과 무한히 긴 시간, 그리고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무극의 세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그 어떤 빈틈도 없는 거대한 조화를 역시 느낀다. 하여 모든 것은 흐름이다.



* 아승기阿僧祇(10의 56승): 산스크리트 아상가(asanga)를 음차 한 말로, 수리적으로는 10의 56승을 뜻하지만 수로 표현할 수 없는 가장 많은 수를 뜻한다. 갠지스강의 모래 수를 뜻하는 항하사恒河沙보다 더 많은 수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 위에 나유타那由他(10의 60승), 불가사의不可思議(10의 64승), 무량대수(10의 68승)가 있고 또 그 위에 구골(10의 100승)도 있다.


* 아초阿秒: 극미의 시간 아토(10의 −18승)초의 한역


* 무극無極: 무극이 중국 사상의 중요 문제로 대두된 것은 주돈이周敦頤가 태극도설太極圖說에서 태극과 관련지어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라고 한 데서부터이다. 주희朱熹는 무극을 끝없는 궁극자, 태극을 태太인 궁극자로 해석하여 무극과 태극을 동실이명同實異名으로 보았고, 주돈이의 무극을 형상 없는 무한정無限定자로 이해하였다.


* 멱冪: 거듭제곱의 한자 표시


* 사진은 지난 2022년 잠시 근무했던 지수면 풍경…… 보리 위를 타고 흐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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