觴深*(상심)
細灛馳激流 (세천치격류) 작은 물살 격류로 몰아치니,
勿驚彼吾丹 (물경피오단) 놀랍게도 저기 내 마음이 있네.
底轉疾隅曲 (저전질우곡) 모퉁이를 휘돌아 바닥을 뒤집으니,
平易猶恬淡*(평역유념담) 오히려 고요하여 욕심 없구나.
2025년 7월 9일 멀리 함양에 계시는 연규현 화백의 그림을 보고 시를 놓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3~4일……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아침에 마음을 정하여 20자로 만들었다. 본래 재주가 없으니 시가 제대로 될 리 없지만 내 수준이 딱 여기이니 더 이상은 욕심이다.
연규현 화백이 이 시를 보고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린 마음에 累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화백께서는 서울서 전시회를 가지셨는데 사는 곳이 멀어 가보지 못했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여러 그림 중에 이 그림에 시를 놓는다.
* 觴深: 장자 달생에 등장하는 넓고 크고 깊고 물살이 센 물을 의미한다.
* 平易恬淡: 장자 각의, 무욕담백無欲淡白의 뜻이 있다. ‘욕심 없이 담담하다’ 혹은 ‘고요하다’로 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