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마드리바흐 폭포와 무위의 도

by 김준식
Der_Schmadribachfall,_1821-22.jpg

장자께서 한 참 동안 그림을 바라보다가 나에게 물었다.


“저 그림 그린 사람은 누구요?”


“안톤 코흐라는 사람입니다.”


“본래 직업이 화가였소?”


“코흐는 본래 양치기였답니다.”


“이름 없는 양치기로서의 삶을 살다가 마을 교회 주교의 추천으로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Karls schule(칼스 슐레 – 일종의 군사학교)에 입학했는데 칼스 슐레는 엄격한 규율의 학교였기 때문에 코흐는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서 도망쳤다는군요.”


장자께서는 듣는 둥 마는 둥 그림을 아래위로 보시더니,


“저 폭포가 실제로 있는 폭포를 그린 것인가?”


“지금 그림 속에 있는 폭포는 스위스에 있는 슈마드리바흐 폭포랍니다.”


코흐의 ‘Der Schmadribachfall’(1821)는 높이 131cm 정도 되는 화폭 전체에 폭포가 장엄하게 떨어지는 것을 묘사한 그림이다. 거대한 빙하로부터 녹아 나오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광경은 누구에게나 압도적인 풍경일 수밖에 없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폭포의 엄청난 풍경과 거대한 소리는 많은 예술가들의 예술 혼을 자극하였다.


“저 그림을 보니…… 천지의 아름다움을 통해 만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라야 성인이라고 한 내 말이 더욱 분명해지는구먼!”(지북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


“이를 테면 말일세……처음 저 폭포의 시작을 생각해 보면…… 얼음이 슬금슬금 녹아 작은 실개천을 이루니 이것은 어렴풋하게 존재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실존하고, 또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신묘하게 작용하여, 즉 그 실개천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저 거대함으로 나타나니 이것은 만물이 도에 의해 길러지면서도 스스로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네…… 이것이 곧 천하 만물의 근본 아니겠나! 동시에 그것이 성인의 도인 것이지!”(지북유)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장자께 물었다.


“이런 풍경을 영웅적 풍경화라 부르는데 영웅과 성인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잠시 고민하시던 장자께서,


“내 생각에는 말일세…… 특정 시대상황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스스로도 특별한 삶을 살아 낸 존재들이 성인이나 영웅이 아닌가 싶네…… 둘 다 후대에 이름을 남기지만 성인은 그 범위를 정할 수 없으나 영웅은 성인에 비해 범위가 좁을 수는 있겠지!”


“늘 내가 말하지만 성인들 역시도 유위의 존재들이라네! “


내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앞서 말씀하신 성인의 도는 역시 유위인가요?”


“그렇지! 그 역시 유위이지! 하지만 동시에 무위로 나아가고 있음이지!”


“유위면 유위이지 무위로 나아간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요?”


“내가 말했듯이 무위는 근본이고 유위는 말단이지. 말단이 근본을 향해 가고자 함이 성인의 도이니 이것이 바로 유위가 무위로 나아감 아니겠나?"(천도)


작은 물줄기가 말단이고 그것이 모여 폭포가 되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림 아래를 보게! 목동이 있고, 폭포수가 만든 급류가 있고, 반대쪽엔 오리 한 마리가 있네…… 성인의 도는 이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