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a Conversazione

by 김준식

네 명의 사도가 나누는 비밀스런 대화와 호수아래 물고기의 즐거움

1-horz.jpg The Four Apostles, oil and tempera on linden wood, 204 × 74 cm, Alte Pinakothek in Munich




장자께서 문득 나에게 물었다.


“자네는 평화로운가?”


갑자기 물어보는 바람에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평화롭지 못하구만!”


혼자 묻더니 혼자 결론을 낸다. 이 어른! 참 알 수 없는 성품이다. 잠시 전 점심을 먹으면서도 입맛이 없다 하시더니 내 얼굴보다 큰 슈니첼을 다 드셨다. 자신을 모시고 다니는 나의 부담을 아는지 요구 사항을 제법 말씀 하시다가도 홀연히 아무런 말이 없다가 지금처럼 갑자기 질문하는 바람에 당황스럽다.


“평화로운 것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차이 없음이지!”


갑자기 뭔 차이란 말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복잡한데 세로로 긴 그림 앞에 서서 그림을 보신다.


“네 사람 표정이 모두 다르구만!”


장자께서 보시고 있는 그림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년 - 1528년)가 그린 폭이 74cm, 그리고 길이가 2m나 되는 좁고 긴 두 개의 패널에 네 명의 사도(Apostle)들이 그려져 있는 네 명의 사도(Die Vier Apostel, 1526)라는 그림이다.


“뒤러의 대표작입니다.”


“그림 속에 네 명은 누구인가?”


나는 내 지식을 뽐낼 기회다 싶어 아주 자신에 참 목소리로 설명했다.


“저 네 명은 요한(John), 베드로(Peter), 마가(Mark) 그리고 바울(Paul)인데 좌측에 있는 붉은색 망토를 걸치고 펼친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요한입니다. 그리고……”


“됐네! 내가 정확하게 누가 누구인지 알아 무엇하겠나?”


“……”


또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머지 세 명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드리고 싶은데 그만 하라는 표시로 가볍게 손 사래를 치신다!”


“이 그림을 보니 문득 혜시가 그립구만”


혜시는 장자와는 아주 막역한 사이다. 비록 장자와 혜시는 생각과 방향, 그리고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지만 둘의 철학적 대화는 『장자』 여러 곳에 등장한다. 다섯 수레만큼 책을 읽었다는 혜시는 ‘종횡가’였는데 장자와의 대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호수濠水의 돌다리 위에서 나눈 물고기의 즐거움일 것이다.(추수)


“저 네 사람은 모두 딴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혹시 이유를 아나?”


“저 네 사람은 각기 다른 곳에 있는 상황인데 그림에서 한 곳으로 모은 것입니다. 실제로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테면 보이지 않는데 보이고, 들리지도 않고 들을 수도 없는데 서로에게 말하는 것이로구먼!”


실제로 그림 속에는, 책을 펼쳐 미동도 없이 읽기에 빠져있는 요한의 차분함, 호전적으로 거침없는 강한 인상을 내뿜고 있는 바울. 예수 사후 최초의 복음서를 저술한 마가의 표정, 예수가 믿었던 단단한 바위 같은 성품의 베드로가 그림에 있을 뿐, 그들 사이에는 어떤 소통도 없다.


“혜시가 이 그림을 보아야 하는데! 자네도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고 이야기했더니 혜시는 그것을 부정했네! 내가 물고기가 아니라서 모른다고 말했지! 그래서 나는 혜시가 말한 내용을 역으로 되짚어 내가 물고기의 마음을 안다고 주장했지!”


“저 네 사람은 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것과 같고, 듣지 않으면서도 듣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아마 혜시가 저 그림을 보았다면 또 내 이야기를 부정하고 네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길테지……”


사실 나는 『장자』 추수 편에 나오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장자의 이야기가 약간 우격다짐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저 그림을 대하는 장자의 태도를 보니 문득 장자께서 정말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그림과 그 이야기는 무슨 관계인지요?”


내가 질문을 통해 장자의 허를 찌른 기분이었다.


“자네도 혜시와 같군! 이 그림에 나오는 네 사람이 각각 다른 곳에 있다고 했지?”


“네… 작가인 뒤러가 의도적으로 모은 그림이라고 대부분 해석하지요!”


“그런데 이들을 이렇게 모은 이유를 자네는 아는가?”


“……”


“자네도 모르고 혜시도 모를걸세! 저 네명은 아주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거야! 마치 호수 아래 물고기와 내가 서로의 마음을 알았던 것처럼 아주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말일세!”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림을 보고 있는 장자를 나는 한 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