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으로부터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은 비교적 그림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화가의 삶이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 1880~1938)라는 화가가 있다. 키르히너는 독일 바이에른 주(州)의 서북쪽 끝에 위치한 800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도시 아샤펜베르크에서 1880년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Ernst Kirchner)는 제지 관련 화학자였는데 안정된 직장(Chemnitz University of Technology- 쳄니츠 과학대학)에 정착할 때까지 어린 시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된다. 1901년 드레스덴의 왕립 공과대학에 입학해 건축학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뮌헨의 미술학교에서 유겐트슈틸(Jugendstil) 운동(‘아르누보’의 독일식 표현 즉, 신 예술 운동)의 중심인물인 헤르만 오브리스트(Hermann Obrist, 1862~1927)와도 교류하면서 새로운 예술적 감흥을 받게 된다.
1905년 키르히너는 프리츠 브라이엘(Fritz Bleyl, 1880~1966)), 에리히 헤켈(Erich Heckel, 1883~1970), 그리고 젊은 카를 슈미트 로틀루프(Karl Schmidt-Rottluff, 1905~1976) 등 몇몇 사람들과 회화와 소묘 모임을 조직하고 이 모임의 이름을 ‘브뤼케(Die Brücke: 다리)’라 부르면서 전문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13년 모임의 구성원들과의 불화로 다리파가 해체될 때까지 이들은 주로 반 문명, 반 근대화의 기치를 누드화로 표현하였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몰아닥쳤다. 1913년 키르히너와 다른 회원들 간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브뤼케 파는 해체되었다. 이듬해 키르히너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신에게 일어난 복잡한 일을 잊어버리기 위해 도망치듯 군대에 자원입대했으나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오히려 신경쇠약의 진단을 받고 임시 제대해 버린다. 1917년 전쟁을 피해 스위스 다보스 근처 프라우엔키르슈(Frauenkirch)로 이주한 그는 이전의 신경쇠약으로 인한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다소간 건강을 회복하였으나 다보스의 엄혹한 겨울과 본인의 우울증, 그리고 생의 반려자였던 에르나(Erna Schilling)의 우울증이 다시 그를 괴롭혔다.
1933년 독일의 나치가 집권하면서 젊은 시절 키르히너가 조직했던 브뤼케 파의 누드화를 퇴폐적인 그림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뮌헨에서 선전과 선동의 목적으로 ‘퇴폐 미술전(Degenerate art)’을 열었는데 여기에 키르히너가 포함되었고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키르히너 작품들을 독일 미술관에서 철거하거나 또는 폐기되고 말았다. 이 일에 충격을 받은 키르히너는 더욱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마침내 58세가 되던 1938년, 이러한 일에 항의의 표현으로 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그가 그린 자화상을 장자께서는 유심히 보시고 계시더니 나에게 작은 소리로 물으신다.
“저 그림은 누굴 그린 것인가?”
“화가 자신입니다.”
“앞서 보았던 그 사람(뒤러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자화상이구만”
“저 그림의 주인공은 키르히너라는 사람인데 우울증이 있는 상황에서 저 그림을 그렸다 합니다.”
“우울증이 뭔가?”
아뿔싸 장자께서 우울증을 아실 리 없다. 이건 거의 근대 이후에 생긴 병명이다. 장자께서 알 수 있는 말로 이야기하자니 뭔가 예를 들기가 애매하다.
“혹시 많이 슬픈 상태인가?”
“네… 비슷합니다. 슬픔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지요”
“옛날 여희의 슬픔(제물론)이나 내 아내가 죽었을 때 내가 느낀 그 잠깐의 느낌(지락) 따위가 깊어져서 생기는 병인가?”
“맞습니다. 그런 상태가 오래되어 돌이킬 수 없어 병으로까지 나아간 상태를 우울증이라 부릅니다.”
“죽음이나 이별이 슬픈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원인을 알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텐데!”
“오히려 말일세! 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슬픈 것(재유)이 아니겠나?”
“저희들처럼 보통사람은 그런 슬픔을 잘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죽음이나 이별,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에 더 슬퍼합니다.”
“자네도 그런가?”
“너무나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림 속의 저 일그러진 얼굴이 어쩌면 자네일 수도 있겠구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