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티노스(1)

by 김준식

제1 절 플로티노스의 엔네아데스(Enneads)


이집트 출신의 고대 그리스 후기 철학자 ‘플로티노스(Plotinus 205∼270)는 그리스어로 읽은 이름이고, 라틴어로는 ‘플로티노스’(영어 포함), 독일어로 ‘플로틴’ 등으로 읽는다. 플로티노스는 이집트 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출생지와 무관하게 그는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그리스인으로 간주된다. 그는 28세(232년경) 때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알렉산드리아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여러 명성 있는 학자들의 강의를 들었으나 대부분 그의 학문적 갈증을 해소시킬 수 없었다. 이때 동료 중 한 명이 독학으로 플라톤 철학을 공부한 ‘암모니우스 사카스(Ammonius Saccas 175~243)’의 강의를 들어보라고 제안했고, 이에 플로티노스가 암모니우스 사카스의 강의를 들은 후 그 동료에게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다"라고 전해진다.


플로티노스는 당시 플라톤 주의자들의 공통적인 태도인 물질성에 대한 선천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생 동안 플라톤 사상에 몰두해서 제자들을 가르쳤기에 사람들은 그를 ‘신플라톤주의의 창시자’라고 평한다. 플라톤 철학을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의 생각이 플라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야기 속 어디에도 기독교와 연결된 이야기는 발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플로티노스가 살았던 시기에 이미 기독교가 확산되는 시기여서 그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정확하게 짐작할 수는 없다.


플로티노스는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한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름 독창적인 ‘일자(One)’개념을 창조했다. ‘일자’란 ‘정신’과 ‘영혼’이 하나로 연결된 개념이다. ‘일자’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되는 완전한 것을 말한다.

[1]이를테면 플로티노스가 생각한 ‘신’의 개념인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와도 그렇게 멀어 보이지는 않는다. 플로티노스는 태양빛을 일자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태양은 ‘일자’이고 거기서 나온 빛은 유출되어 모든 방향으로 퍼지는데 이것이 ‘정신’이다. 그다음 빛에 의해 나타나는 광채가 ‘영혼’이다. 광채에 의해 보이는 것은 ‘물질’이다. 즉, 태양 <정신 <영혼 <물질의 순서로 이해되는 것이 플로티노스의 이론이다. 이것을 플루티누스 방식으로 정리하자면 "태양은 일자(One) → 정신은 지성(Nous) → 영혼(Psyche)"의 발산구조[2](emanation 에머나치온)를 가진다.


이러한 플루티누스의 사상은 『엔네아데스(Enneades)』에 정리되어 있다. 플로티노스의 저작으로 알려진 『엔네아데스(Enneades)』의 ‘엔네아’는 그리스어 ‘9’를 나타낸다. 플로티노스의 친구이자 제자로 알려진 포르피리오스(Porphyry 234~305)가 생전의 플로티노스가 남긴 54편의 저작을 9집으로 분류한 것에서 유래한다. [3] 엔네아데스는 당연히 전체 9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다시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9개의 집은 다시 종류별 각 권으로 분류되어 있다.


플루티노스의 엔네아데스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엔네아데스 I집 6권 ‘아름다운 것에 관해’, 엔네아데스 III집 5권 ‘사랑에 관해’, 엔네아데스 V집 8권 ‘정신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다. 이 세 편은 우리의 핵심 주제인 ‘타자(The others)’ 문제의 출발점을 제시해 준다. 플로티노스의 일자 개념이 발산하여 지성과 정신의 형태로 다수에게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수가 일자는 아니다. 마치 레비나스의 말처럼 타인의 얼굴로 나타나는 신의 나타냄이, 신은 세상의 도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나타냄이 실제로 신 자체인 것은 결코 아니다.[4]라고 말한 것처럼. 즉 일자의 형태가 매우 구체적인 실체로 나타나 보이지만 그것이 일자의 유출에 의해 일어난 현상일 뿐이다.


[1]


플라톤의 이데아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보편적 현상 모두에 개입된 형상이며 현상 세계는 이데아의 모방으로 설정한다. 이데아론은 다원적이며 동시에 위계적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플로티노스의 일자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원리이며 현상 세계는 다만 일자로부터 유출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일자는 초월적이다.



[2]


발산구조(Emanationism): 라틴어 "~에서 흘러나오다" 또는 "쏟아져 나오다"를 의미하는 ‘emanare’에서 유래한 발산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첫 번째 실체' 또는 첫 번째 원리에서 파생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발산론적 개념에서 모든 것은 이 첫 번째 실체 또는 완전한 신으로부터 연속적인 둔화 혹은 약화 단계를 거쳐 첫 번째 실체 또는 신의 낮은 수준으로 파생된다는 이론.

모든 연속적인 단계에서 발산하는 존재는 덜 순수하고, 덜 완벽하며, 덜 신적이 된다.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를 이데아 아닌 것들에게 분유(分有)되어 나타난다는 논리구조와 비슷한다. 따라서 이런 논리구조를 가진 철학을 신플라톤주의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3]


여기서는 타자의 개념과 관련 있는 부분은 『엔네아데스(Enneades)』 I집 중 제6권 <아름다운 것에 관해>, 제8권 <정신의 아름다움에 관해>, 3집 제5권 <사랑에 관해> 중 (엔네아데스, 조규홍 역,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25) 중 일부를 요약 발췌.




[4]


레비나스의 타자물음과 현대철학, 윤대선, 문예출판사.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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