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게는 그저......

by 김준식
Der Eintritt von König Othon von Griechenland in Nauplia, 269 cm X 415 cm, Oil on Canvas, 1835.

물고기에게는 그저 '한 말' '한 되'의 물이 필요할 뿐.


장자께서 미술관을 한 동안 이리저리 걸으시다가 매우 큰 그림 앞에 멈추시더니,


“왜 사람들이 저렇게 모여 있는가?”라고 물으신다.


그림을 보니 ‘헤스’(Peter von Hess, 1792-1871)의 그림, Der Eintritt von König Othon von Griechenland in Nauplia(그리스의 오톤 왕의 나폴리 입항)이라는 기록화다. 크기(269 cm X 415 cm)가 엄청나다. 장자께서 살짝 눌리신 느낌도 든다.


“자신들을 통치할 새로운 왕을 맞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왕과 사람들의 관계가 본래 저런가?”


아마도 장자께서 살았던 중국의 전국시대의 왕을 생각하시는 것이 틀림없다.


“저 왕은 본래 이 나라 사람이 아니랍니다.”


“…… 왕과 백성들의 생각은 같을 수 없지! 백성들은 언제나 수레바퀴 자국 물 고인 곳에 붕어가 한 마리(외물) 정도일까?”


“무슨 말씀인지?”


“당장 햇빛이 나서 수레바퀴 자국에 물이 마르면 물고기는 죽을 것인데, 왕이 가진 생각은 언제나 큰 물길을 내고 그 물길을 돌리고 돌려 마침내 수레바퀴 자국 속 물고기를 살리려 한 단 말일세! 물고기에겐 지금 당장 자신이 숨 쉴 수 있는 한 말 한 되의 물이 필요한데!”(외물)


“왕들은 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요?”


“오상아(제물론) 하지 않기 때문이지!”


“오상아의 경지는 어떤 경지인지요?”


“마음을 가지런히 한 뒤, 다른 존재와 상대되는 자신이 사라진 상태지!"(인간세)


“왕들이 그 상태가 가능할까요?”


“어렵겠지!”


장자께서 잘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깊은 한 숨을 내 쉬시고 미술관 의자에 앉으시더니 내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자네를 잊어 본 적이 있나?”


“……”


“아마 없을 걸세!”


“장자께서는 잊으신 적이 있는지요?”


“늘 잊고 있다네!”


“하지만 말일세 잊는 것은 다시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지...... 그래서 잊은 다음에 그 잊은 것조차 잊어야 한다네!(대종사)”


“저 왕이 그런 경지를 이룰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아니 불가능하지……”


그러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따져 물으려 다가 문득


“그런 왕이 있었을까요?”


“아마도 없었을 테지…… 그 일이 어려우니 허유가 요임금의 요구를 뿌리치고 귀를 씻었겠지!(소요유)”


“그럼 저 그림의 왕과 사람들은 같은 땅에 있지만 다른 곳에 있는 셈이군요!”


장자께서 빙그레 웃으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