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에 대한 논의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직업을 40년 가까이 유지하다가 퇴직하면서 이후에 나를 어찌 부를까를 슬쩍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당연히 ‘김 선생’이겠지만 혹여 다른 호칭으로 불릴 경우 약간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 두 달 가까이 지내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선생’이라는 말에 고개가 돌아간다.
사실 이 ‘선생’이라는 용어는 매우 무겁고 큰 말이다. 유학이 중심이었던 조선 시대 사대부 중, 사후에 ‘선생’으로 불린 이는 손꼽을 정도로 적고, 특히 왕이 친히 ‘선생’이라는 호칭을 내려 준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영남 유학의 대표자이자 산청에 머물면서 실천 유학의 최고봉인 남명 조식 선생의 그 ‘선생’ 칭호가 바로 그 대표적 예이다. 그러니 이 ‘선생’ 칭호가 얼마나 무겁고 큰 호칭인가! 그런 사정을 알 수 없는 이즈음 세상에서 ‘선생’은 너무 함부로 불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호칭 문제가 나왔으니 학교 내부에서 불리는 호칭 문제를 하나만 더 짚어보자! 개인적으로 교장으로 발령 난 첫날 교직원들에게 부임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 “앞으로 저를 ‘교장님’으로 불러 주십시오. 저는 수업을 하지 않으니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지만 선생님들의 빠른 수긍으로 발령 난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그렇게 ‘교장님’으로 불렸고 거의 정착되는 듯했다. 문제는 3월부터 매주 월요일 2시간씩 아이들 수업을 하고 나니, 아이들이 나를 ‘교장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연이어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교장 선생님’으로 환원되어 임기 끝나는 날까지 수업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으로 불리게 되었다.
학교 내부에서 아주 좁은 의미로 해석한 ‘선생님’은 아이들과 수업하는 분들을 위한 호칭이다. 그런데 수업도 하지 않는 교감, 교장에게 선생님을 붙여 부르는 것은 과잉이거나 선생님 호칭의 오용에 가깝다. 따라서 교감님, 교장님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행정실에 계시는 분들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부를 때 그 호칭은 상대방의 상황에 맞게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학교라는 특수한 집합체 내에서 호칭은 상대방의 역할이나 상황을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호칭을 결정해야 한다. 도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호칭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방식은 매우 곤란하다. 다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협의와 합의에 따라 호칭을 정하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점차적으로 정착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