吐露(토로)

by 김준식

吐露(토로)


此祟彼諉不作詩 (차수피위부작시) 이 핑계 저 핑계로 시를 짓지 않으니,

心宜靜平吹瘦風 (심의정평취수풍) 고요해야 할 마음에 여윈 바람 부네.

陽月下弦東怪懸 (양월하현동괴현) 10월 반달이 동쪽에 기이하게 걸리니,

寒夜節昏唯心重*(한야절혼유심중) 혼란한 시절 싸늘한 밤, 마음만 무겁구나.


2025년 12월 9일 밤의 느낌을 10일 새벽에 옮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동쪽 하늘에 떠 오르는 이상스레 큰 하현달을 본다. 2026년 한시집 제목을 ‘우언’으로 정한 뒤 이제 겨우 두 번째 글을 짓는다. 이 핑계 저 핑계…… 늘 마음을 다 잡아(操心) 쓰기는 했지만 지난 12~3년 이래 이렇게 오래 시를 쓰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기야 지금 내가 가는 길은 未曾有의 길이다.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 길에 나서고 보니, 나를 위해 움직이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의 일이다. 언제나 다가오는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새벽을 시작한다.


* 표지의 글은 ‘북명’이다. 장자의 그 ‘북명’… 아득한!

* ‘석도’의 그림에 쓴 그의 절친 ‘장소문’의 화제시에서 시적 이미지만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