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20년 전부터 매일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아내는 그 시간에 자신의 건강을 위해 수영을 한다. 아내의 고질 병인 허리병은 나의 이런 취향 덕에 많이 좋아졌다.
나는 음식 만드는데 진심이다.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정성을 들여 아침을 준비한다. 요즘처럼 모든 일이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아침 음식을 만드는 것은 그대로 유지한다. 내 삶에 경건해지기 위함이며 동시에 위대한 일상의 유지를 위함이다.
11월이 지나 시작한 유튜브 구독자수가 8000을 향해 가고 있다. 1000명이 넘었을 때 이벤트로 10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 중 “무슨 요리를 제일 잘 하는가?”였다.
사실 요리料理는 조리調理와 붙어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요리와 조리는 다른 말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같은 말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요리라는 말은 '무엇' 즉 재료에 집중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결과로 나타나기 이전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범위라면 조리는 재료보다는 ‘어떻게’에 방점이 있다. 즉 특정한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다스려 우리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가 조리다. 비슷하지만 차이는 분명 있다.
'cook'은 처음부터 요리와 조리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라틴어 어원인 'cocus', 혹은 'coquere'는 'prepare food', 'ripen', 'digest', 'turn over in the mind'(음식을 준비하다, 숙성시키다, 간소화(소화)하다, 마음을 바꾸게 하다.)의 뜻이 있다. 특히 '마음을 바꾸게 하다'라는 말은 음식의 함의를 생각해 볼 때 잘 이해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도 요리와 조리를 붙여 쓰고 있으며 사실상 의미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음식’은 오감의 예술이다. 오감은 불교적 느낌이 있는 말이다. 즉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에서 유리된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이 오감이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만 비로소 음식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말이며, 동시에 그 어떤 감각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곧 음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는 시금치 나물을 만들었다. 요즘부터 내년 이른 봄까지 시금치가 제철이다. 약간 알싸한 뒷맛이 있는 이 채소를 데쳐서 나물로 만드는 과정은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데쳐서 먹을 때 더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적당히 데친 시금치를 손으로 꼭 짜고 거기에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곱게 담아낸 시금치 나물 한 접시는 이 겨울을 지나는 우리 삶에 활력을 준다.
잡곡 밥, 시금치 나물, 묶은지 돼지갈비 찜, 무우 채나물, 굴국, 김이 아침 차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