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없는 경계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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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際之際*(부제지제) 경계가 없는 경계


黑暗中爪月 (흑암중조월) 밤하늘 손톱달,

靈雲之挑花*(영운지도화) 영운의 복숭아꽃.

萬象自來還*(만상자래환) 모든 것은 절로 돌아오니,

過歲喜無事 (과세희무사) 무사히 세월 보낸 기쁨.


2025년은 내 삶의 새로운 基點이 될 공산이 크다. 평생의 직장에서 물러나 자연인으로 살까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공직에 나아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으니…… 참 알 수 없는 세월이다. 빛나는 깨달음은 고사하고 세월의 흐름조차도 희미하지만, 올 한 해 일신과 가족의 무사함에 그저 기쁘다. 영운 선사는 복숭아꽃에 깨달음을 얻었으니 나도 내년 봄 복숭아꽃 피면 무심히……


* 장자 지북유


* 영운 지근 선사는 당나라의 선승이다. 그의 오도송은 이러하다. 三十年來尋劍客,幾回落葉又抽枝,自後一見桃花後,直至如今更不疑(삼십년래심검객,기회락엽우추지,자후일견도화후,직지여금갱불의; 삼십 년 세월 동안 칼을 찾았던 나그네(즉, 영운선사)는 , 낙엽 지고 새 잎 나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단 한 번 복사꽃 보고 나서는, 이 날에 이르도록 의심 없다네.) 사실 더 중요한 말은 복숭아꽃보다는 앞부분의 칼이다. 無明을 끝낼 칼!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30년이나 찾았는데 어느 날 복숭아꽃을 본 순간 모든 의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 소식의 시에서 차운 함.


사진은 음력 11월 3일 초승달이 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