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도

by 김준식

圜道*(환도)


匽山於且山*(언산어차산) 산에 산을 숨기더니

旣極忘人心 (기극망인심) 마침내 마음조차 잃었네.

逝曰遠必反 (서왈원필반) 가면 멀어지지만 반드시 돌아오니,

不喜亦不辛 (불희역불신)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네.



2026년 1월 14일 세상을 보다. 재판정에 서 있는, 한 때는 최고권력을 누린 자의 비루함을 본다. 그 비루함은 스스로 키워온 것이다. 세상일은 거대한 순환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인데…… 여러 뉴스들을 들으며 부침 속에 있는 여러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나의 처지를 곱씹어 본다. 나는 현재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내가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담담하게 그리고 굳세게 가야 할 길이다.



* 환도: 원도로 읽지 않고 환도로 읽는다. 『‘여씨춘추』 ‘환도’ 편에 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물은 움직이면 싹이 트고, 싹이 트면 살아나고, 살아나면 자라고, 자라면 커지고, 커지면 완성되고, 완성되면 쇠퇴하고, 쇠퇴하면 죽고, 죽으면 저장되니, 이것이 환도다." 중용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중용 23장) 옛사람들은 환도가 자연과 인류사회의 기본 법칙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물은 생겨나서 쇠퇴하지만, 쇠퇴한 뒤에 비로소 다시 생겨난다. 낮과 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계절은 영원히 바뀌며, 물은 말랐다가 채워지고 채워졌다가 마른다. 이들은 모두 순환하고 왕복한다. 인류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 언산어차산: 중국 당나라 시절 남전보원 선사는 이런 말을 했다. “산에 산을 숨기고 …… 천하에 천하를 숨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선사의 그 말이 문득 떠오르는 새벽이다. 남전 보원 선사는 '남전참묘南泉斬猫'로 알려져 있으며 제자로는 너무나 유명한 조주종심趙州從諗 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