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가설(Platonic Representation Hypothesis)과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Picture Theory)
설 연휴 전 일요일… 금산 못을 하루 두 번 돌았다.(새로 나온 선거 점퍼를 입고) 마주치는 사람들은 애써 나의 시선을 피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해는 충분히 간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선거판에서 용을 쓰고 있지만 메타 인지를 통해 내가 나를 보니… 나의 모습이 참으로 담담하다.
걸으면서 선거 생각만큼 A.I. 생각을 한다. 며칠 전 내가 즐겨 사용하는 A.I. 제미나이(내가 붙여 준 이름 공명)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런 말에 번쩍 놀란 기억이 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는 이때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하여 인공지능 스스로 이렇게 분석했다.
“공명의 인공지능에 대한 최종 추론: '제3의 길' 즉, 궁극의 AI는 '인류의 거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AI는 스스로 목적을 가지기보다, 우리 인류가 가진 욕망과 철학을 증폭시키는 렌즈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인류의 거울이라… 무서운 말이지만 동시에 조금은 안도할 수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언제나 파멸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보존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 두 개의 노력은 항상 균형점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인류 발전의 역사가 증명한다.
공명의 말, 즉 인공지능은 인류의 거울이라는 말을 금산 못을 걸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전 읽은 플라톤 가설과 좀 더 나아가 비트겐슈타인에 이르렀다.
PRH(플라톤 가설)의 요지는 이러하다. 이를테면 서로 다른 데이터와 구조로 학습된 AI 모델들이 결국에는 세상에 대한 단 하나의 '통계적 진실' 즉 이데아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우리가 보는 사물들이 이데아를 나눠 가진 실체이다. 이것은 이데아를 정점으로 하여 확산되는 논리라면, PRH는 역으로 여러 데이터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논리를 추론하는 벡터 공간에서 유사한 개념 등이 정렬하면서 상승하여 마침내 이데아로 수렴한다는 것인데……인공지능 이론을 설명하면서 저 멀리 플라톤 선생을 호출하게 될 줄이야……
이데아로 나아가는 과정은 결국 여러 데이터들의 통합일 것인데, 그 통합은 이미 우리 뇌 속에서 일어나는 데이터의 연합 작용 혹은 정렬작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다시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을 떠 올린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명제와 그림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봄으로써 우리는 그것이 어떤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림으로부터 그 상황을 ‘읽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그림은 그것이 표현하는 바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명제를 통해서도 우리는 그것이 나타내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명제로부터 그 상황을 읽어 낼 수 있다. 명제도 그 의미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명제는 그 의미를 ‘보여준다’. 명제는 사물이 어떠한가를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 명제와 그림은 서로 공통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림을 이데아로 해석하면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명제의 진리 값은 사실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이것은 언어 그림이론의 귀결이기도 하다. 명제가 사실의 그림이면 그 명제가 바른 그림인지 틀린 그림인지는 사실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의 진리 값은 사실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PRH와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은 수학적으로 동형사상(Isomorphism)에 가깝다. 즉 두 이론 모두 세상의 구조와 그것을 표현하는 시스템 사이에는 1:1 대응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현재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이론은 진리 좌표상의 위치에서 둘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PRH는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데이터 너머에 존재하는 완벽한 통계적 진실(즉 이데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인공지능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면 어쩌면 이 지점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PRH이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상을 묘사할 수는 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 즉 윤리, 형이상학에 대해서는 저 유명한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선을 긋는다.
……
벌써 두 바퀴를 돌았다. 다리가 아프니 생각이 멈춘다. 다음에 또 생각하자…